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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외유(정치와 돈:17)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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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서 주는 돈 만불정도… 장관급 대우/찬조금 받는건 개인 「능력」에 따라 차이(주간연재)
「등급 가(나) 지역 ▲숙박비 2백91달러(2백31달러) ▲식비 77달러(67달러) ▲일비 50달러,하루기준 총 4백18달러(3백48달러) ▲항공료는 별도 계산」
올여름 의원외교차 유럽순방 일정을 짜고 있는 민자당의 K의원이 국회사무처에서 받을 공식여비명세서의 하루치다.
K의원은 파리ㆍ스톡홀름 등 「가」등급 지역에서 8일,마드리드ㆍ로마 등 「나」등급 지역에서 5일 해서 5천84달러의 경비를 받았다.
여기에 항공료가 빠진 것은 국회사무처 섭외국에서 일괄적으로 예약해주기 때문. KAL에서 공무출장의 경우 25% 할인혜택을 주며 좌석은 당연히 1등석. 서울∼파리만 왕복해서 3천9백50달러.
대충 잡아 1만달러(7백18만원) 정도가 국회예산에서 나온다.
요즘 해외여행붐에 따라 일반 관광여행사가 유럽 그룹투어를 모집하면서 16박17일에 3백28만원(L여행사의 경우)이 든다고 선전하는 것에 비해 기본적 씀씀이 규모는 대개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 액수는 최소한의 나들이 경비다.
예년같으면 임시국회가 끝나고 여름이 시작되면 여야 의원들끼리 오순도순 앉아 누구를 만날 것이냐,관광코스는 어딜 잡을 것이냐를 놓고 즐거운 언쟁을 벌일 때다. 날치기통과 파동만 없었다면 금년여름도 역시 즐거운 외유로 이맘때면 의원들이 다소 들떠있을 때다.
야당 의원중에는 내심 하루 빨리 의원직 사퇴서 결의파문이 가라앉아 나들이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면하고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원외유에 「단장」으로 뽑힌 의원들은 경비마련에 더 신경을 쓰게된다.
현재 국회 예산으로 공식 지원하는 의원외유는 각 상임위원회 시찰단과 의원 친선협의회 사절단,국회의장ㆍ부의장ㆍ각당총무ㆍ외무통일위원장으로 구성된 의원외교운영협의회에서 적격판정이 나면 떠날 수 있으나 대개 의원들끼리 돌아가며 외국에 나간다.
공식경비는 경제기획원이 일률적으로 마련한 기준에 의해 지급되는데 국회의장ㆍ부의장은 국무총리에 준하며,평의원은 장관급 방문국가나 도시의 물가등을 고려,4등급으로 나눠 하루 ▲숙박비의 경우 최고 2백91달러에서 1백16달러 ▲식비는 77달러에서 48달러이며 일비(용돈)는 똑같이 50달러.
제일 많이 주는 「가」지역은 뉴욕ㆍ런던ㆍ파리ㆍ스톡홀름ㆍ동경ㆍ홍콩이며,「나」지역은 워싱턴ㆍLAㆍ로마ㆍ베를린ㆍ제네바등지,「라」지역은 인도네시아ㆍ콜롬비아 등이다.
이런 공식경비에다 의원외교협의회 규정에 따라 의장이 1인당 1천달러씩 별도로 주며 여러 경로에서 「찬조금」이 답지하는 게 의원만이 누리는 「특혜」
우선 간다는 소식이 정부부처에 들어가면 눈치빠른 장관일수록 잽싸게 비서를 보내 인사를 한다. 보통 5백달러에서 2천달러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의원개인의 비중,위원회에 속한 각급 유관기관의 「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다.
산하단체가 많을수록 인사치레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 당연한데 산하기관은 서로 교통정리를 해 순번제로 의원을 담당하는 수도 있고 일일이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의원 1인당 적어도 3∼4개 기관에서 「축장도」란 봉투를 받는다.
여기에다 총재나 대표,그리고 원내총무ㆍ상임위원장이 별도로 「촌지」를 주거나 활동비를 챙겨주는데 의원에 따라 5백 또는 1천달러 정도.
이런걸 다 모으면 아무리 주변머리가 없어도 출국할 때 쯤은 대개 5천달러 내외의 여비를 모은다.
이재에 밝은 의원들은 이다음 단계에서부터 실력발휘를 하게 마련. 신문 동정란에 1주일전부터 자신의 외유를 거창하게 「무역마찰등을 타개하기 위해 나간다」고 포장해 선전하고 유관단체에 은근히 안부겸해서 전화를 걸거나 숨겨둔 스폰서에 연락한다.
민자당의 야당출신 모의원은 이런 노하우가 상당하다는 소문이며,지난해 파리에 들른 A의원은 공항에 내리니 우리 대사관직원 이외에 대기업의 현지 지사에서 경쟁적으로 영접을 나와 실력을 과시했다.
일단 장도에 올라 현지에 도착하면 외무부의 협조지시문을 받은 현지공관의 고참서기관급 직원이 나와 호텔로 안내한다.
호텔은 물론 특급호텔이며 우리 대사관과 장기계약을 해 할인을 받는다. 뉴욕의 힐튼호텔의 경우 2박하는데 보통객실이 4백60달러 정도며 대충 이 수준에 맞출 수 있다.
상대국 의원들을 만나 「한반도및 주변정세와 경제협력」문제라는 통상적인 활동은 가급적 짧고 적게 끝내고 그날저녁 우리 대사주최 만찬이 있고 KOTRA나 현지 상사에서 나와 식사대접이나 관광안내를 해주게 마련이다. 대사가 한턱내는 것은 물론 정부예산이며 국정감사가 부활되고부터는 한결 대접이 융숭해졌다.
이렇게 되면 여비는 절약되는 셈이며 자기돈으로 먹는 경우는 대개 20%정도. 평의원은 이렇게 대접만 맏고 다니면 그만이나 단장은 대사관등 신세진 사람들에게 저녁값을 내놓고 떠난다.
떠날 때 챙겨온 경비를 얼마나 아낄 수 있는가가 「단장」의 능력과 관련되는 것이어서 단장을 맡는 중진급 의원들은 부담이 된다는 것.
의원도 역시 돌아올 때쯤 되면 지역구민의 얼굴이 생각나 자연히 쇼핑에 신경을 쓴다는 것인데 대개 볼펜류등 간단한 것. 요즘은 해외여행 자유화로 과거처럼 선물엔 별걱정을 안한다. 5공시절 구 신민당의 K의원이 넥타이ㆍ볼펜을 박스째 들고오다 김포공항에서 망신당한 것은 이젠 옛날얘기. 소위 사치성 선물을 사오지 않으면 대개 돈이 남는다.
13대국회 여소야대 2년간 여름철 의원외교 성수기때면 국회사무처 섭외국이 바빠 89년만해도 27개반 1백30명이 해외에 나간 것으로 기록됐다.
결국 3당통합의 새로운 정국변화로 의원외교예산은 이번 여름엔 꽤 남게 되어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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