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인들 잇따라 망명/7명 또 체코대사관 피신… 외교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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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바나 로이터ㆍAFP=연합】 쿠바를 떠나려는 쿠바인 7명이 지난 9일에 이어 11일에도 아바나주재 체코슬로바키아 대사관에 들어감으로써 체코 대사관에 피신한 쿠바인이 14명으로 늘어났다.
루보미르 흘라디크 체코대사관 공보관은 지난 9일 7명의 쿠바인이 체코대사관에 피신한 이래 경찰이 대사관 주변을 경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날 아침 일찍 대사관직원 하나가 문을 열자 다른 7명의 쿠바인들이 대사관 정원에 들어왔다면서 이들은 출국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바 외무부는 새로운 7명의 피신이 있기 전인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쿠바인들의 체코대사관 피신은 쿠바가 불안하다는 그릇된 인상을 주기 위한 것으로 체코대사관이 쿠바인들에게 피신처를 제공함으로써 외교적 기능을 벗어나고 있다』고 비난하고 『쿠바 정부는 이들 시민들이 체코대사관을 떠나는데 관해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들은 쿠바 외무부가 최근 알바니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민들의 대규모 외국 대사관 피신사태가 쿠바에서 되풀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지난 9일 저녁 외국대사들을 초치,체코대사관 사태를 설명하고 쿠바가 국외탈출을 희망하는 쿠바인들의 출국에 관해 협상하지 않을 방침임을 통고했다고 말했다.
◎비상망 뚫려 고의적 방치 의혹/불평분자 색출 탄압구실로 활용(해설)
지난 9일 쿠바반체제인사와 학생등 7명이 쿠바 아바나주재 체코대사관에 뛰어 들어가 정치적 망명과 해외여행후 안전귀국보장등을 요구한데 이어 11일에도 7명의 쿠바인들이 체코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요청함으로써 「제2의 알바니아사태」로 번지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쿠바외무부는 9일 즉각 아바나주재 외국대사관주변에 경비병력을 파견하는 한편 「정치적 피난처」를 제공한 체코대사관측의 행위가 외교적 특권을 벗어난 월권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체코대사관 주변의 비상경비망을 뚫고 7명이 체코대사관에 「유유히」들어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쿠바정부가 일부러 이들의 대사관진입을 「방치」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11일 사건발생직후 쿠바외무부대변인은 『쿠바경비경찰의 임무는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소련의 지원 중단과 동구개혁등으로 정치적ㆍ경제적 개혁요구에 직면해 있는 쿠바정부가 이번 「망명사건」을 불평분자의 색출과 이들에 대한 탄압구실을 찾는 좋은 계기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황으로 미루어 이번 사태가 「제2의 알바니아 사태」로 번질 가능성은 희박하며 오히려 내부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탄압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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