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연구소 예산 불균형 갈수록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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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학문 분야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점차 심각해져 학문발전의 불균형이 우려되고 있다.
기술개발등 산업계와 직접 연관된 학문분야가 기업 등의 지원으로 풍족한 환경 속에 급성장을 계속하는 반면 직접관계가 없는 인문·사회과학, 순수학문분야는 만성적인 연구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대 내에서 이 같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첨예하게 드러나 학계예 학문간 불균형 등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의 발단은 서울대 내 인문사회과학연구소업무를 통괄, 효율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지난해 만들어진「지역연구 종합센터」가 자금부족으로 건물설계조차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데서 비롯됐다.
「지역연구종합센터」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지난 85년부터. 5공 당시 정부측이 1백억원 규모의 재정지원을 약속하며 국제대학원을 설립해 보라고 서울대 측에 제안했었다.
그러나 5공 정부의 제안내용이 학문연구라기보다 대외 홍보성이 짙고, 서울대학 내에 비슷한 학과가 있는데 다시 특수분야대학원을 만든다는 것이 중복투자의 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대학 내의 여론이 팽배해「국제대학원」설립 안은 무산됐다.
이러한 논의과정 중『정부측이 재정지원을 해줄 용의가 있다면 꼭 필요한 연구종합센터를 만들자』는 여론이 대두됐으며 이에 따라「가장 필요한 분야」로 합의된 것이 지역연구였다.
지역연구란 세계 각 지역과 국제관계에 대한 정치·경제·사회·문화·사상 등을 유기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로 서울대 측은 기존의 소규모 연구소활동을 종합적으로 조정, 연구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88년 초 김영국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설립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말「서울대학교부설 지역연구종합센터」설립규정이 발표돼 연구 센터가 공식적으로 출범됐다.
그러나 연구센터는 지금까지 명분상 설립됐다는 외에 아무런 기능도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설립자금이 없기 때문.
지난해 2월 추진위원회는 내규를 정하고 문교부를 통해 2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으나 정작 할당된 예산은 10분의1인2억원이었다.
정부측은 서울대에서 제출한 3천평 규모의 연구동 건립신청을 6백60평 규모로 줄이고 이의 설계에 필요한 예산만을 배당한 것. 대학 측은 올해예산으로 연구동 건립비 10억원·자료수집비 3억원을 신청, 정부에서 검토중이다.
정부산하 국책연구소의 예산이 보통 30억∼70억원에 이르는 것과 비교해 이 같은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같은 서울대 내 이공계와의 현격한 차이다.
이공계의 경우 국내유명기업들이 경쟁적으로「공짜건물」을 지어 주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학교측이 이를 제한, 선별해야할 정도. 이미「기초전력공학공동연구소」「반도체공동연구소」등이 업계의 지원을 받아 설립돼 가동중이며,「신소재공동연구소」「자동화시스팀연구소」등은 현재 건축중이다.
이들 건물은 대학 내에 짓기 때문에 땅 구입비가 필요 없어 보통 10억∼15억원 가량의 건축비로 지을 수 있어 기업들은 고급인력확보 등을 위해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서울대 측은 최근 설립제안이 쇄도하지만 연구소 건립 후 운영비가 더 많이 필요하고, 연구소난립으로 캠퍼스 장기개발계획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어 운영비까지 부담해줄 수 있는 대형연구소건립제안만 수용할 방침이다.
이같이 심각한 불균형에 대해 홍원탁 지역연구종합센터 소장(국제경제학)은『기업의 생리상 직접이익을 볼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학문간의 고른 발전이 조화로운 사회발전의 원동력임을 감안, 정부측에서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인문·사회과학 측을 적극 지원하고 기업도 긴 안목에서 고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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