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품도 질을 높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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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얼마 전 아들이 예쁘고 긴 나무젓가락 한 짝을 주워왔다.
모양이 예쁘고 깨끗했고 마침 튀김 젓가락 한 짝이 부러져 한 짝만 남은 것을 버리기 아까워 두었는데 모양은 달라도 주워온 것을 짝맞춰 쓰니까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모 연금매장 수입코너에서 우연히 아들이 주워온 나무젓가락과 똑같은 것이 있어 자세히 보니 그것은 일본제였다.
내가 실망한 것은 그 젓가락이 외제였다는 것이다. 내가 전에 쓰던 국산 튀김젓가락은 동네슈퍼에서 9백원을 주고 샀다.
사고 나서 두 번째 사용할 때 한 짝이 부러져 버렸다. 그때는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면서 무심코 넘겨 버렸다.
그런데 주워온 별것 아닌 일제 젓가락 한 짝이고 나라의 국력을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해졌다. 국산 튀김젓가락과 일제튀김 젓가락은 여러 면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
국산은 색상도, 끝마무리도 거칠었고 나무도 부러질 듯 약한 반면 일제는 가늘면서도 표면이 매끄럽고 야무지도록 단단했다.
색상은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만큼 화려했다. 일제의 가격은 내가 물어보지를 않아 얼마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국산보다는 아마 더 비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싸고 싸고 간에 질이 문제였다.
작은 나무젓가락 하나를 이렇게 엉성하게 만들어서야 다른 국산품의 질이 어떨까 의심을 갖게된다.
얼마 전 신문에 미국시장에서 일본자동차는 불티나고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한국자동차는 싸면서도 갈 안 팔린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또 어느 일본사람은 『한국 샐러리맨들은 점심시간 시작되기 5분전에 나가고 점심시간 끝난 뒤 5분 늦게 들어온다』면서『자기네일본사람은 5분 늦게 나가고 5분 먼저 들어온다』는 말을 자랑스레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사람은 아직도 멀었다고 했단다. 이 얼마나 창피하고 자존심 상하는 말인가.
우리 나라가 벌써 선진국대열에 들어선 듯 자처하기도 하지만 과연 이 엉성한 나무젓가락을 접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선진국대열에 끼게 해줄지…. <서울 마포구 염리동 70의4 진주아파트 1동3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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