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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리빙] 아는 만큼 보인다죠? 보는 법부터 가르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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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나는야 꼬마 큐레이터’의 저자 이현씨는 “유식한 엄마보다 부지런한 엄마가 낫다”고 말한다. 미술관을 데리고 다니며 많이 보여주는 것이 미술교육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중앙포토]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표현력이 커진다, 감성이 개발된다, 성취감을 준다…. 어린이 미술 교육의 다양한 효과다. 그래서 아이에게 어렸을 때부터 미술학원도 보내고, 방문교사도 불러가며 미술을 가르친다. 하지만 이런 미술 교육을 두고 "주입식"이라느니, "창의성을 죽인다"느니 비판의 소리도 만만찮다.

제대로 미술 교육을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방향을 제시한 책 '나는야 꼬마 큐레이터'(이현 지음, 미진사)와 '세상은 놀라운 미술선생님'(김정애 지음, 아트북스)이 최근 잇따라 출간됐다. 두 저자들에게서 미술 교육 노하우를 들어봤다.

# 한걸음씩 깊어지는 눈

미술의 기본은 보는 것이다. 만들기나 그리기보다 보기를 선행해야 한다. 그림을 보는 것은 아이의 발달단계에 따라 다르게 진행된다. 아이들의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색이다. 아이와 그림을 처음 대할 땐(미술관에서든, 책을 보면서든) 일단 색 찾기 놀이를 시작하자. 빨간색 찾기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작품마다 빨간색의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명도와 채도가 다름에 따라 빨간색이 여러 종류라는 것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색 찾기 다음은 물건 찾기. 귀걸이나 팔찌.반바지.샌들 등 생활 속에서 쉽게 만나는 사물을 찾으라고 하면 아이들은 그림을 보다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 그 다음 단계로는 빛이 어느 쪽에서 들어오는지 알아내는 게임을 해보자. 이렇게 찾기 놀이를 통해 색.형태.빛 등 미술의 기본요소에 대해 익히고 나서는 ▶그림이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추측하기 ▶그림을 보고 상상하며 이야기 만들어내기 ▶역사를 토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나만의 그림이나 글.판화 등으로 재창조하기 등의 순서로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의 폭을 넓혀준다.

# 섣부른 친절은 독

엄마의 열성이 '그림 제대로 보기'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엄마가 알고 있는 미술에 대한 지식을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줘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반 고흐의 '자화상'을 보여주면서 "고흐가 미쳐서 귀를 자른 거다"라고 얘기해버리면 아이는 고흐의 그림을 볼 때마다 '이건 미친 사람이 그린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섣부른 친절이 아이에게 독이 되는 격이다.

취학 전 아이들에게는 별도의 설명 없이 그림만 보고 즐기게 놔두는 게 낫다. 초등학생이라면 전시회에 가기 전 화가에 대한 책을 읽게 하고, 관련 인터넷사이트를 둘러보게 하는 등 환경만 제공한다.

모처럼 찾은 미술관이란 생각에 전시된 그림을 모조리 보게 하겠다는 욕심도 금물이다. 도서관에 가서 "오늘 여기 있는 책을 다 읽자"라고 제안하지 않듯 미술관에서도 작품 감상은 한두 점에만 집중한다. 아이에게 제일 좋아하는 그림을 하나 고르라고 한 뒤(휙 둘러보고 즉흥적으로 골라도 상관없다) 앉아서도 보고, 서서도 보고, 엄마에게 안겨서도 보게 해야 진짜 감상이다.

# 숙제 도와주기는 무죄 ?

아이들 만들기 숙제는 엄마 숙제란 얘기가 있다. 교육적 관점에서는 분명 한심한 일일 터. 하지만 엄마와 아이가 무언가를 함께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도 있다. 엄마와 아이가 무엇을 만들지 서로 의논하며 아이디어를 내고 준비하고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손놀림이 미숙해 실현하지 못하는 아이의 아이디어를 엄마가 도와줘서 성취시킨다면 창의력 개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함께 만들기는 아이의 재능과 성격.취향 등을 아는 데도 유용하다.

천연 염색도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기 좋은 활동이다. 포도는 요즘 하기 딱 좋은 염색재료. 껍질을 모아 물을 넣고 한 시간 정도 끓인 뒤 체에 거른다. 껍질을 걸러낸 물에 천을 넣고 30분 정도 담가둔다. 여기에 매염제로 식초를 넣으면 색이 좀 더 진하게 든다. 깨끗한 물로 헹군 다음 말리면 예쁜 보라색 옷이 완성된다. 밤.수수.칡뿌리.당근.쑥.재 등도 염색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들꽃이나 나뭇잎을 주워 하얀 손수건에 대고 돌로 잘근잘근 찧으면 모양 그대로 물이 든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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