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분양」의 전모 밝혀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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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롯데건설의 영등포역 상가분양사건에 11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이 관련되었다는 보도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정확한 진상은 좀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국회의원들이 집단으로 부동산투기에 한몫을 거들어 왔다는 사실은 우리 정치의 도덕성이 얼마나 타락해 있는가를 새삼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여당 국회의원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지만 특혜분양의 시점에서 볼 때는 모두가 야당소속이라는 점이다. 겉으로는 정부나 여당의 비리를 물고 늘어지고 재벌을 규탄하면서 뒤로는 이처럼 이권과 실속을 챙기고 있었다는 사실에 배반감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행여 이번 사건을 야당 탄압이라고 역공하려 들어선 안될 것이다. 만의 하나 그러한 의도가 깃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해서 그 추잡한 비리와 간교한 이중행위가 상쇄될 수는 없다. 비리는 어디까지나 비리인 것이다.
정치자금의 부족도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야당의 정치자금이 여당에 비해 부족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정치자금 부족은 야당에 상대적으로 도덕성을 강화시켜주는 유리한 요소가 되어 왔고 그것이 선거 때는 많은 동정표를 얻게 해주었다. 실제로 능력면에서는 뒤처지면서도 그에 힘입어 당선된 야당의원들도 많았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국민의 그러한 상대적 도덕성의 우위에 대한 한가닥 기대마저 무너뜨린 것이다.
우리는 사태가 이에 이르고 보면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특혜분양을 받은 37명 전원에 대한 명단공개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미 일부 의원들도 잘못된 소문으로 인한 명예훼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상의 공개를 원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억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도 하루라도 빨리 이제까지의 수사결과를 발표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국회의원들은 이제까지 알려지기로는 하나같이 전ㆍ현직 야당의원들이지만 우리는 국회의원의 이권개입이나 청탁 등의 비리가 비단 야쪽에만 국한된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사정활동을 강화하니까 그것이 하나씩 둘씩 표면화하고 있을 뿐 여야 구별없이 정치인들이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은 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정치의 그러한 오랜 악습을 뿌리뽑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연히 사회만 더 뒤숭숭하게 만들고 국민의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감만 심화시키며 정치적으로 계산된 것이라는 의혹만 낳을 뿐 크게 얻을 것이 없을 것이다.
과연 정당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확보할 길은 없는 것인가. 정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거제도는 없는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몇몇 국회의원을 정치적으로 매장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제도적 개선이다.
우리는 정치의 도덕성 회복을 위해서는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정계 전반에 대한 비리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보며 그러한 바탕위에서 제도적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진행중인 공직사회에 대한 수사도 그래야 형평에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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