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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으로 물가잡기에 총력/하반기 경제운용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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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두자리수 안되게 「성장」서 선회/수출ㆍ투자 위축 등 부작용 우려
조순 경제팀의 「개혁ㆍ안정」 정책에 이어 「성장속의 형평추구」를 내걸고 출범했던 현경제팀의 정책기조가 1백일만에 안정으로 급선회했다.
26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운용방향을 보면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물가안정이다.
이처럼 1백일만에 경제를 보는 시각이 급변한 것은 그간의 각종 경제대책이 잘못된 현실 진단에서 비롯됐음을 말해 준다.
3ㆍ17개각으로 들어선 현 경제팀이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금융실명제 유보와 「4ㆍ4경제활성화 종합대책」이다.
당시 경제를 경기의 최저점으로 인식,성장우선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1ㆍ4분기 경제성장은 건설경기등 서비스산업에 힘입은 것이긴 하지만 10.3%라는 높은 성장을 이룩했으며 뒤늦게 정부는 부랴부랴 부동산투기억제대책(4.13),물가안정대책(4.20),대기업 투기억제특별대회(5.8)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1백일만에 무려 5개나 되는 대책이 나왔다.
그 결과 부동산투기나 값폭등은 진정됐다. 그렇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연말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2∼13%로 예상하는 등 물가불안이 우리 경제의 최대 걸림돌로 등장했다. 물가가 두자리수로 오르면 올해 한자리수 임금인상에 동의한 근로자들이 내년에 보다 높은 처우개선을 요구할 것이며 임금상승→물가불안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한편 4ㆍ4경제활성화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좀처럼 회복기미가 안보여 경상수지는 1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하반기에 물가안정에 정책의 최우선을 두되 수출및 투자촉진책은 계속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 대책은 수출ㆍ투자 등 국제수지와 성장은 병행하기 힘든 대책들이 많아 실효성을 의심케 한다.
예컨대 하반기에 4조5천억원 정도의 돈을 풀어 연간 총통화증가율을 19%선에서 유지하겠다지만 수출ㆍ투자촉진ㆍ증시안정정책과는 분명히 충돌하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경제성장률을 6.5%로 잡고 총통화 증가율 목표를 19%로 정했는데 하반기 전망에서 올 경제성장률은 8∼9%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몸이 커지면 옷도 커져야 하듯 통화도 늘어나야할텐데 긴축을 강행하면서 설비투자촉진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또 가뜩이나 증시가 불안한데 긴축을 강행할 경우 증시안정문제는 어떻게할지 궁금하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환수쪽으로 예산을 운용하겠다고 하면서도 1조9천8백5억원의 추가 경정예산을 편성,국회에 제출했다. 교통난ㆍ공해ㆍ민생치안ㆍ기술개발ㆍ과열진학완화 등 당면과제 때문에 추경을 할 수밖에 없다지만 추경편성으로 그만큼 돈은 늘어난다.
농축산물 가격대책도 그렇다. 정부보유 일반미를 하루에 10만가마씩 방출하는등 비축물량확대로 값을 안정시키겠지만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의문이다.
쌀ㆍ쇠고기ㆍ돼지고기는 절대물량 부족때문이 아니라 질에 문제가 있어 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소득수준증가로 정부미보다 맛좋은 일반미와 값싼 수입쇠고기보다 한우고기를 선호해 값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5월중 산업동향을 보면 노사분규탓이긴 하지만 4월보다 경기가 하강하는등 아직 본격적으로 경기의 탄력이 붙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내수억제책이 경기침체를 몰고올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8∼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제조업체 취업자수는 이미 상반기에도 크게 감소,그 어느때보다 노동생산성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근로자들은 그만큼 몫을 더 요구할 것이므로 내년도 임금협상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이석구기자>
◎하반기 경제 운용계획 요약/대기업 투기억제 여신법 제정/장기저축 세제우대 한도 확대
26일 정부가 발표한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요약,소개한다.
▲총수요관리=물가안정을 위해 총통화증가율을 하반기 17%로 운용,연간증가율 19%유지. 올해 세출예산중 2천억원 절감,건설경기 진정을 위해 3천억원규모 정부투자사업 집행연기.
▲부동산투기억제=대기업부동산투기억제를 위한 「기업의 부동산취득등에 관한 여신운용업」,미등기전매방지 등을 위한 부동산등기특별법 제정.
▲소비증가억제및 저축증대=콘도ㆍ골프장ㆍ오락서비스업ㆍ대형호화음식점ㆍ숙박업 등의 광고선전비 손비인정한도 축소. 기업접대비한도축소. 경품행위,신용카드사용규제강화,카드발급남발억제,사용한도축소검토. 장기저축에 대한 세제우대저축한도 확대(5백만원→7백만∼1천만원),재형저축가입대상(월급여60만원)확대,또는 저축액만큼의 제조업근로자 소득세과표감면 장기저축상품개발.
제2금융권의 통안증권편입비율 확대등으로 여ㆍ수신금리 1%포인트 인하.
▲건설경기진정=상업용건물및 호화주택에 대한 건축허가규제시한 연말(당초 9월말)까지 연장.민영주택자금 당초계획수준(주택은행 1조7천4백억원)동결.
국민주택규모이하 아파트분양시 50%가 우선공급되는 무주택자의 기준(현행 35세이상ㆍ5년이상무주택ㆍ청약예금가입후 2년 경과)완화. 무주택자 우선공급비율 단계적 상향조정.
▲산업인력공급=공업계고교 신ㆍ증설. 공고진학생 장학금지급 확대,주요공단에 직업훈련원. 신설주요기술관련 이공계대학및 전문대 공학계열학과의 입학정원확대. 일반대학에 야간대학확대설치,제조업체근로자에 입학자격 우선권부여방안 검토. 지방자치단체(읍ㆍ면ㆍ동)및 교육기관에 구인ㆍ구직 창구개설
▲수출촉진책=제2금융권의 무역어음할인금리 1%포인트 인하(15∼16%→14∼15%) 유도.
포괄금융 융자대상범위(현행 연수출 5백만달러미만)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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