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숙정과 지역성/감정적 트집과 억측은 삼가야 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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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구조적 갈등은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결정적으로 저해하고 있다. 지역갈등ㆍ세대간 갈등이 그렇고,또 기업ㆍ근로자간의 갈등이 그렇다. 그 가운데서도 지역적 갈등은 너무나 심각하다. 정당을 비롯한 여러조직에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기구가 있기는 하지만 뚜렷한 방안도,실적도 없어 오히려 마지 못한 체면치레처럼 보이게 되었다. 오죽하면 얼마전에는 해외동포들이 멀리서 날아와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행사를 곳곳에서 벌였겠는가.
근래 내각책임제 개헌론이 서서히 양성화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개헌론자의 논거중 하나는 현재와 같은 대통령중심제로는 지역적 갈등의 해소가 도저히 불가능하고 지역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정치의 안정이나 정치문화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우리는 개헌논의가 초기단계에 있는 만큼 아직은 찬반의 의사표시를 유보하고 있지만 개헌이 지역적 갈등의 해소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면밀히 연구할만 하다고 판단한다. 지역갈등의 해소는 정치권력체제에 변화를 주는 문제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역갈등은 무엇인가. 타지방에 대해 불필요한 적대감을 갖는 것,그리고 자기지방에 대해 치졸하고 편협한 동류의식을 갖는 것이다. 우리는 프로야구경기의 관중들 태도에서 그같은 저급한 지역감정을 간간이 보고 있다. 스포츠에서의 승패를 그것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치한 감정표출이 얼마나 한심한 풍조인가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근래 고위공직자의 숙정과 관련해 로컬리즘에서 나오는 과시적 비판이 있는 듯하다. 우선 경북지사와 철도청장이 구속된데 대해 대구나 경북출신사람 일부가 불만스러워 하는 점이다. 대구ㆍ경북출신의 집권세력 핵심이 스스로의 결백을 도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구ㆍ경북인사를 가혹하게 희생시킨다는 추측이다. 물론 아무 근거도,확증도 없는 트집임에 틀림없다. 애향심도,동정론도 아닌 치졸한 지방동류의식이며 잘못된 지역감정이다.
또 이에앞서 감사원서기관 한사람이 구속되었을 때도 한 구석에 그와 비슷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 서기관이 호남출신이기 때문에 지나친 응징을 받는다는 억측이 일부에서 있었고 그러한 현상을 우려하는 사정당국자도 있었다.
우리는 감사원서기관ㆍ지사ㆍ청장 등의 구속 그 자체의 당부를 말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최종적으로 법이 심판할 것이다. 단지 우리는 그 사건을 법적 당부가 아닌 지역감정으로 관찰하고 평가하는 일부의 몰지각을 개탄하는 것이다.
비위는 비위이지 그것조차 지역 안배일 리가 있겠는가. 상식으로는 도저히 그같은 상상은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지역의 소수사람들은 그런 상정을 하는 모양이니 그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로컬리즘인가.
우리는 공직자의 비리척결이 이번 기회에 그치지 말고 항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올바른 공직윤리는 꾸준히 자정노력으로 세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트집이나 억측으로 숙정작업을 훼방하거나 사정당국을 위축케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좁은 땅에서 꼭 추방해야 할 지역갈등,그 비뚤어진 적대감이나 동류의식을 비록 사적으로라도 표출하는 것을 우리 모두가 삼가고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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