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안보이는 세종대 사태(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세종대에 걸친 장마전선은 끝내 걷히지 않으려는가.
『불법총장 몰아내고 학원자주 이룩하자.』
휴업 71일만인 25일 정상수업에 들어가려던 세종대 캠퍼스는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채 또다시 구호와 노래로 뒤덮였다.
아침 등교길,교문앞 쓰레기통에서는 수업정상화를 촉구하는 신임 이중화총장의 담화문 뭉치가 불타고 있었다.
군자관 2층 강의실의 동양문화사 강의는 60여 학생들이 바깥 복도에서 외쳐대는 구호소리에 45분만에 중단되고,아래층 수학과 강의실 출입문 앞에선 여학생과 교수가 말싸움을 벌이는 통에 이 강의실안 10명 남짓 학생들도 부스스 자리를 떴다.
이어 오전10시30분 벌어진 「군자벌 입성식」.
지난2일 공권력 투입후 이웃 건국대에서 철야농성을 벌여온 1백여 학생들은 이날 새벽 경찰병력 철수와 동시 교내로 들어가 농성을 시작했고 그 수는 순식간에 1천명 가까이로 불어났다.
오후2시 「해방세종 결의대회」.
『총장을 바꾼 것은 재단측의 홍보용 제스처일뿐 학내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될수 없다』는 학생회 간부의 말에 열렬한 박수가 터진다.
오후3시50분 쇠파이프를 든 50여명 선봉대를 앞세우고 본관으로 들어간 학생들에 의해 이총장과 교직원들은 또다시 비내리는 캠퍼스밖으로 쫓겨났다.
『단 한명 학생이라도 유급에서 구제하기 위해 수업은 계속할겁니다.』 씁쓸한 표정의 총장과 교직원들의 「충정」은 구호속에 묻혀 아예 들리지 않았다.
군자관 건물은 강의실 책ㆍ걸상이 한쪽으로 밀쳐진채 이날 밤 또다시 철야농성장으로 바뀌었다.
설립자겸 재단이사인 최옥자명예총장(72)은 이날 끝내 「학교정상화의 전기를 마련하고자」모든 직에서 사퇴했지만 총장직선 등 「원칙고수」의 학생들과 「선정상화」의 학교측 주장은 좁혀지지 않은채 여전히 평행선을 그으며 또다른 사태로 치닫고 있다.<이훈범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