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한국, 경제봉쇄 동참 땐 북 '거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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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유엔의 대북(對北) 경제 제재가 확실시되고 있다. 미.일의 경제 제재안은 북한 선박과 항공기가 유엔 회원국을 왕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비롯해 북한과의 금융거래는 물론 물품 교역까지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강경한 제재에 반대하고 있어 제재 수위가 어떻게 정해질지 점치긴 어렵다.

미.일의 주장대로 전면적 경제봉쇄 카드가 등장할 경우 북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2002년 7.1 경제 관리 개선 조치 등 잇따른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의 최대 지원국인 중국과 한국이 경제 제재에 동참할 경우 심각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한.중의 동참이 관건=전문가들은 대북 경제 제재의 효과는 한국과 중국의 동참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해 북한 대외 거래의 65%(금액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대북 교역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직접 북한 경제를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원조국이며 투자국이다. 2000년 이후 중국이 광물 개발 등을 위해 북한에 투자한 금액이 10억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의 교역 물품 중 30%가량이 북.중 국경을 통해 반입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이 국경 폐쇄 조치만 내려도 북한 경제는 극심한 생필품 부족에 따른 물가 폭등이나 사재기 현상 등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북한연구팀장은 "중국이 경제 제재에 나서면 북한은 경제적 어려움 못지않게 엄청난 심리적 충격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1998년 이후 남북경협에 7조3000억원의 예산을 썼다. 지난해 북한과의 교역규모도 10억 달러를 넘는다. 올해 북한을 직접 지원하는 돈만 따져도 1억8687만 달러(약 1775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으로 북측에 지난해 1626만 달러(관광대금 1350만 달러, 근로자 임금 276만 달러)를 제공했다. 이런 사업들이 일시에 중단될 경우 북한의 달러 부족이 심해질 수 있다.

◆ 웬만한 경제 제재론 큰 효과 없을 듯=북한이 워낙 폐쇄적인 체제이기 때문에 경제 제재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수출입은행 배종렬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정상적인 신용장 거래를 하지 않고 입금할 외국금융회사 계좌를 지정해 주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엔 거래 계좌를 자주 바꾸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게릴라식 상거래를 하게 되면 북한의 대외 금융거래 동결이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이 대북 영향력 상실이나 대규모 탈북 사태를 우려해 전면적인 경제 제재를 적극 반대해 부분적인 경제 제재에 그칠 경우 제재의 효과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또 90년대 이후 미.일의 경제 제재를 견디면서 내성을 키운 상태다. 이 때문에 웬만한 경제 제재에 대해선 북한이 내부 결속을 다지고 국제 사회에 인도적 원조를 호소하면서 적어도 1~2년을 버티는 지구전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 지금 북한 경제는=북한 경제는 2000년 이후 잇따른 경제개혁 조치에 힘입어 미약하나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1조치'가 단행된 2002년 이후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매년 플러스 성장세(1.2~3.7%)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북한 경제는 만성적인 식량.전력 부족에 시달리면서 빈부격차마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일부 정보분석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197만t 가량의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력 생산량도 한국의 7% 수준에 불과하다. 통일연구소 북한경제연구센터 최수영 소장은 "북한은 이런 부족분을 중국과 한국의 공식.비공식 지원으로 해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양운철 박사는 "탈북자들의 증언 등을 종합해 보면 일부 부유층은 수입 생수인 에비앙을 마실 정도로 사치스럽지만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절대 빈곤층이 급증하는 등 양극화가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외 교역은 2000년대 들어 늘고 있지만 중국과 한국 의존도가 높다. 그나마 올 들어 주력 수출품인 어류.철강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 등 교역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표재용.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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