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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드라마 '포도밭 …' 이어 '하이에나' 주연 오만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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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진=변선구 기자]

포도밭에서 포도를 따던 그 사나이 오만석(30.사진). 충북 영동 포도밭에서 잔뜩 햇볕에 그을렸던 그가 180도 변신해 서울 도심에 사는 세련된 PD가 된다. 그것도 너무 잘나서 '재수 없게' 여겨지는 캐릭터란다. 케이블방송 tvN에서 11일부터 방영하는 16부작 드라마 '하이에나'에서 오만석이 맡은 역할이다.

MBC '주몽'의 기세 속에서도 꿋꿋이 기본 시청률을 지켜냈던 KBS-2TV '포도밭 그 사나이'의 장택기가 변해도 너무 변하는 것 아닐까. "니 뭐라 카노?"라며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포도 따는 가위를 능숙하게 놀리던 그가 완벽하다 못해 '까칠한' 성격의 남자가 된다니 말이다. 게다가 '하이에나'는 남성판 '섹스 앤드 시티'를 표방하는 연애담 드라마로 오만석은 베드신도 선보인다. "택기처럼 우직하고 순수한 남자가 실제로 있으면 좋겠어요"라던 수많은 20~30대 여성팬은 도대체 어떡하라고-.

그러나 그는 "오만석이 하면 다르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듯 이렇게 말한다. "연극.뮤지컬에서 별별 인물을 다 맡아봤어요. '하이에나'의 '진범'처럼 완벽남 역은 드라마에서는 정형화된 인물이지만 제가 맡은 이상 조금 색다르게 그려볼 생각입니다."

지난해 '헤드윅'으로 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고 연극.뮤지컬에서 입지를 다진 그였지만, 드라마의 주연은 '포도밭 그 사나이'가 처음이었다. 첫 주연 치고는 꽤 괜찮은 성적표를 받은 그였지만 "늦게 시작한 드라마에서 너무 빨리 주인공이 돼 오히려 부담이 됐다"고 말한다.

연기.노래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오만석이지만 "드라마에서도 배울 게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이순재.윤문식 선생님 등이 '힘 빼라'는 뜻을 넌지시 던질 때 뜨끔했다"는 얘기다. 카리스마 넘치는 '헤드윅'도, 연극 '이'의 '공길'도 훌륭히 해낸 그가 "아직도 한없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끝없는 학구열 때문은 아닐까.

그의 또렷또렷한 발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술 수업과 음성학 수업은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발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발음사전을 옆에 끼고 살았다. 노래는 또 어떤가.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택기' 오만석이 뮤지컬에서 부른 노래 좀 e-메일로 보내 달라는 팬들의 아우성이 대단하다. 그 실력도 대학 다닐 때 일부러 연습실에 한두 시간씩 혼자 남아 갈고 닦았다. 스스로는 자신 없다고 밝히는 춤도, 한국무용을 따로 배웠다.

연극원 1기생인 그는 8년반을 학교에서 지냈다고 한다. 오만석은 "강원도 인제에서 군복무 마치고 복학해서도 학교를 한참 다녀 후배도 많이 안다"며 "영상원 친구들과 작업도 많이 했는데 이번에 한 친구가 영화 '잔혹한 출근'으로 감독 입봉한다고 해서 세 장면 정도 출연한다"고 했다. 그의 동기로는 영화 '손님은 왕이다'에 출연했던 이선균, SBS '연애시대'로 이름을 알린 문정희 등이 있다.

준비 기간이 길었던 덕분인지, 그의 최근 행보는 '겁나게' 빠르다. 드라마를 연달아 찍고 사이사이 영화에도 출연하고, 연극.뮤지컬 무대에도 다시 오를 예정이다. '다작'이라는 말도 들리지만, 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연극도 드라마도 완전히 다른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집인데 방만 다를 뿐이다. 난 주어진 대로 서로 다른 방의 문고리를 잡아 열어보고 있을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기에 하나의 꿈이 더 보태졌다. 몇 년 뒤 직접 연극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것. 학창 시절 부조리극 '동물원 이야기'를 연출한 적이 있었고 연출 공부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며 '무대'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키워 왔다고 한다. 무용과 뮤지컬, 전통 연극 등을 빠른 속도로 오가고 있는 그는 "새로운 장르의 공연 형식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아빠는 드라마 찍느라 바쁘고, 엄마(오만석의 부인은 영화 의상 디자이너 조상경씨)는 영화 찍느라 바쁘고, 난 유치원 다니느라 바빠"라던 다섯 살배기 딸아이의 볼멘소리를 그는 더 자주 듣게 생겼다.

글=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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