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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차 = 피해차 … 보상도 '아수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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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일 발생한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위에서 벌어진 29중 연쇄추돌 사고의 보상문제와 사법처리는 어떻게 될까. 이번 사고에선 관련 차량이 많고, 이 중 12대가 불에 탔으며, 운전자들이 죽거나 크게 다쳐 보상 범위와 책임소재를 가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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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한 보상 책임 규명=추돌사고는 원칙적으로 뒤따르던 차량에 책임을 묻는다.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전방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쇄추돌 사고에서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

이번 사고의 경우 25t 화물트럭이 앞서가던 1t 화물트럭을 들이받고 옆 차로로 퉁겨나간 뒤 봉고승합차와 충돌하면서 연쇄추돌로 이어진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경우 25t 트럭이 1t 트럭에 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물어줘야 한다.

뒤이어 일어난 연쇄추돌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경기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정용선 대장은 "연쇄추돌 사고는 가해차량이 피해차량도 될 수 있어 보상의 책임자를 규명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단 뒤차가 앞차의 피해에 대해 보상책임을 지는 게 기본이다. 이상규 변호사는 "제일 앞의 1t 화물트럭을 제외한 모든 차량은 법을 위반했으므로 추돌한 바로 앞차의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뒤차의 운전자가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했지만 뒤쫓아오던 또 다른 뒤차에 의해 들이받혀 자신의 앞차와 충돌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전방 주시의무를 다했지만 사고 당시 안개로 인해 최저 가시거리가 65m에 못 미쳐 어쩔 수 없이 앞차와 부딪쳤다는 항변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중간에 끼인 차는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과 피해 보상을 달리 받게 된다.

60여 명의 인적 피해보상도 물적 피해보상과 마찬가지로 뒤차에 보상책임이 있다. 그러나 화재로 인해 사망했다면 화재 원인을 제공한 차량 운전자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 형사 책임은 피해 보상과 별건=형사처벌은 민사적인 피해보상과 별도로 진행된다. 25t 화물트럭의 운전자인 이모(48)씨는 경찰에서 사고 직전 시속 50~60㎞로 운전 중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이씨 차량의 스키드마크(차량이 급정거할 때 도로 위에 생긴 타이어 자국)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씨는 과속에 해당되지만 형사입건의 대상인 시속 65㎞ 이상(안개가 꼈을 때 제한속도 45㎞+20㎞)엔 못 미쳐 과태료를 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25t 트럭이 두 번째로 충돌한 봉고승합차부터는 사망자가 11명이나 발생했기 때문에 과실의 경중에 따라 형사입건 대상이 된다.

이철재.문병주 기자

◆ 안전거리 확보(도로교통법 19조)=모든 운전자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앞차가 갑자기 정지할 때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제한속도가 시속 100㎞인 고속도로의 안전거리는 100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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