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bolg] "드라이버 맥박 1분 38회" 극한 스포츠 F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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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드라이버의 수는 우주인보다 적을 겁니다. 오직 22명만이 F1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F1에는 11개 팀 참가, 팀당 두 명 출전). F1은 전 세계 드라이버의 꿈이지요. 그 마지막 단계에 제가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2007년부터 윌리엄스팀(11개 팀 중 하나)의 풀타임 드라이버로 활약하게 될 알렉스 부르츠(32.오스트리아)를 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1997년 F1 베네통팀(현 르노팀) 소속으로 F1에 데뷔해 매클래런팀을 거쳐 현재 윌리엄스팀에 속해 있습니다. 지금껏 그는 경기가 열리기 전에 서킷(경기장)을 점검하고, 주전(2명)에게 문제가 생기면 대신 투입되는 '세 번째 선수'였죠. 드디어 10년간의 후보 생활을 청산하고 주전이 된 겁니다. 지난주 F1 중국 그랑프리를 마친 부르츠가 8일 일본 대회에 참가하기 직전 한국을 찾았습니다. 스폰서인 필립스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죠. 그는 "2010년이면 한국에서도 F1이 열린다. 한국인에게 극한의 스포츠 F1에 대해 알리고 싶다"고 방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내 맥박수는 1분에 38회입니다. 체지방률은 6%고요."

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38회? 정말이냐?"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자 부르츠는 팔을 걷어붙이며 지금 당장 측정해 보자고 하더군요. 12살부터 사이클 선수 생활을 했다는 그는 "F1의 모든 드라이버가 나와 비슷한 수준의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했습니다. 참고로 훈련이 잘 된 마라토너의 맥박수는 38~45회(일반인 60~80회)입니다. 오인환 삼성전자 육상단 감독은 "타고난 몸과 철저한 자기 관리 없이는 불가능한 수치"라고 하더군요.

F1의 수퍼스타 미하엘 슈마허(37.독일)는 휴식 시간에 TV를 볼 때도 헬멧(6kg)을 쓰고 있습니다. 레이싱 카 안에서는 온몸이 안전벨트로 묶여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충격이 목에 집중된다고 합니다. F1 드라이버의 목 근육이 봅슬레이 선수의 목보다 20% 이상 발달된 이유지요. 빠른 속도로 얼음을 질주하는 봅슬레이 선수들은 목에 큰 하중을 받기 때문에 목 근육이 무척 발달해 있답니다.

F1 드라이버는 레이스 도중 중력의 네 배까지 압력을 받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일반인들은 의식을 잃는다고 합니다. 시야는 야구공만큼 작아집니다. 보통 F1 경기는 두 시간 동안 이뤄지는데요, 시속 300km가 넘으면 양팔이 받는 힘은 20kg의 물체를 드는 것과 같아집니다. 엄청난 운동량 때문에 한 번 경기가 끝나면 몸무게가 3~4kg 정도 빠집니다. 부르츠의 아버지도 드라이버였답니다. (F1 드라이버는 아니었지만) 대를 이어 선수 생활을 하는 셈이지요.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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