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알고나 탑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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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기차를 타보면 특급과 완행열차의 차이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새마을호를 타고 있으면 어느새 출발했는지도 모르게 환송 나온 친지의 모습이 멀어져가고 플랫폼의 기둥이 움직이는 착각에 빠지면서 『아, 차가 떠나는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어쩌다 완행열차를 타보면 떠나는 순간부터 금세 알 수 있다. 차가 덜커덩하면서 떠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다. 크고 고급인 빌딩의 엘리베이터들은 올라가기 시작할 때 충격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엘리베이터들은 하나같이 올라갈 때 충격적인 느낌을 주어 불안하게 한다.
요사이 차들을 보면 뒷부분의 브레이크등이 안 들어오는 차가 많다. 대개 4개의 등 중 한 개만 들어오는 경우지만 어떤 차는 아예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 차가 서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포니·로열 등 비교적 낡은 차가 그렇다면 몰라도 엑셀·소나타·신형르망 등 출고한지 1년도 안돼 보이는 차의 브레이크등이 꺼졌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요사이 생산되는 자동차용 전구의 품질이 떨어져 전구의 수명이 짧은가하고 의심도 했지만 그런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면 결국 브레이크등을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이다. 최근 1년새 부쩍 교통체증이 늘어나 시내나 고속도로에서도 거의 서있거나 거북이걸음을 하게되니 브레이크를 밟는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헌차보다 새차의 등이 끊어진 것이 많다는 사실은 새로 차를 구입하고 운전하는 오너들의 운전습관에도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즉 너무 가속과 감속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몸에 가속과 감속이 생기면 뉴튼의 법칙에 따라 인체내의 장기가 상대적으로 관성을 받아 이동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이동이 뇌나 심장에 이로울 리 없다. 이처럼 정속 운전을 하지 못하고 가속과 감속을 빈번히 하는 이유는 교통체증 때문이다. 그것도 끼어들기 차가 얄미워 앞차와의 간격을 좁게 유지하자니 부득이 가속했다가 금세 브레이크를 밟을 수 밖에 없다.
급격한 가·감속을 피하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마음을 느긋이 하고 끼어들기를 눈감아주는 것이다. 그것이 아마 스트레스를 줄이고 오래 사는 비결의 하나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브레이크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을 잊지 말자.
김천욱<연세대공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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