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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의 목소리(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몇년전까지만해도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것은 낯선 한국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 혹시나 그들이 조총련계 사람이기라도 하면 공연히 그들과 한두마디 건넨 말이 나중에 무슨 탈이나 잡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었다.
실제로 10여년전에는 일본여행중 조총련계 사람들을 만났다는 이유로 귀국후에 당국에 불려다니며 이런저런 마음고생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현재 일본에는 약 67만8천명의 재일동포가 있다. 이들 가운데 41만명은 민단계이고 약 20만명은 조총련계이며 나머지 6만8천여명은 그 어느쪽으로도 분류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한때는 조총련계 숫자가 45만명에 이른 적도 있었으나 근년들어 급격히 감소,지금은 2대1의 역전현상을 빚고있다.
그것은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서울올림픽개최로 인한 국제적 지위상승등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지만,한편으로는 김정일의 세습으로 인한 김일성왕조의 구축과 함께 문세광사건,랑군사건,그리고 KAL기 폭파사건등 국제사회에서 지탄을 받는 일련의 테러사건이 북쪽,특히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부터 더욱 심화되었다.
더구나 소련과 동구의 민주화바람은 이들의 대북시각에 더 큰 변화를 주어 이제는 조총련이 북한의 개방을 위한 하나의 압력세력으로 조용히 부상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이같은 사실을 감지한 북한은 지난 3월 조총련간부들을 평양에 초치,조총련계 동포들에 대한 사상교육강화를 지시했지만 이자리에서 조총련간부들은 오히려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촉구하면서 북한의 고립주의를 비판했었다.
지난 88년 김일성의 생일에 20억엔,작년의 평양축전에는 80억엔을 거둬 「충성」을 맹세한 조총련이 북한에 대한 이같은 「복종거부」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그런 움직임을 입증이나 하듯 27일 동경에서는 조총련계 동포들에 의한 김일성 독재타도 궐기대회가 열렸다. 물론 전직간부가 주관했기 때문에 조총련의 방해공작도 있었지만 어쨌든 5백여명이 참석했다면 결코 적은 모임은 아니다.
마침 노대통령은 방일중 우리 교민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조총련계 동포도 모두 형제처럼 대해 달라고 했다. 따라서 민단계나 조총련계나 모두 반목과 적대 아닌 화해의 마음으로 조국통일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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