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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외지인 떠나며 광주 평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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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불확실성의 시대」 등등의 말이 요즘처럼 피부에 와 닿는 때도 없다. 매일 쏟아지는 각종 뉴스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1주일. 그러나 되돌아보면 우리는 분명히 지난 한주일 동안 뉴스의 홍수 속에 살았으면서도 정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리송해질 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내일을 내다보기 위해서는 어제와 오늘이 명쾌히 정리되어야 하는 법. 내일을 읽고 세계를 읽는데 도움이 될 「뉴스파일란」을 신설, 지난 한 주일의 국내외 뉴스를 주요사안 중심으로 리뷰해 본다. 〈편집자주〉
6월의 문턱인 지난 1주일은 5·18광주민주화운동 10주년기념행사, 노대통령 방일항의시위, 국내 최대 폭력조직 김태촌 재구속, 감사원 이문옥 서기관 기밀누설 사건 등으로 어수선한 주일이었다. 특히 5· 18 10주기 당일 전국의 추모객 2만여명이 모였던 광주에서는 각종시위가 잇따라 치유되지 않은 그 날의 상처를 재삼 느끼게 했다. 전대협4기 출범을 위해 전남대에 집결했던 전국 1백61개대 학생 3만여명은 20일 전남도경 앞에서 재야와 합세, 2차 국민대회를 가지려다 경찰이 원천봉쇄하자 20일 오후부터 자정이 넘도록 광주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여 10년전 5·18민중항쟁이후 최대의 격렬 시위를 가졌다. 시민·학생 1백50여명과 경찰 1백20여명이 부상하고 전국에선 곳곳의 파출소· 민자당지구당 등이 화염병 습격을 받았다.
19일 전대협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던 성남 대유공전 2학년 신장호군(21)의 죽음은 광주를 몹시 긴장케 한 사건이었다.
경찰의 검문을 우려, 전남 장성역에서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리다 머리를 다쳐 숨진 신군의 죽음을 학생들은 경찰검문 때문이라고 주장, 신군의 장례식을 전대협장으로 치르고 현정권의 폭력에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달아올랐던 광주의 5월은 외지에서 몰려들었던 2만여명이 광주를 떠남에 따라 L일부터 차츰 평온을 회복, 23일 이후에는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갔다.
27일 오후2시 도청 앞에서 얼리는 5·18추모행사 마무리인 「5월 영령 부활제」를 끝내면 광주의 열기는 5월과 함께 지나게 되는 것이다.
이번 5·18 10주기를 지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은 산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채 해마다 반복되곤 하는 광주의 5월이 앞으로는 진정한 추모행사로 치러질 수 있도록 당국은 조속히 온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치유책을 마련해야하며 의지의 학생·재야인사들은 살풀이하듯 광주로 몰려가 화염병·돌등을 던질 것이 아니라 한번쯤 광주시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 되뇌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광주의 소용돌이 가운데서 노 대통령의 방일과 관련, 일왕의 사죄와 희생자 명단공개 등을 요구하는 시위도 잇따랐다.
23일 일대사관 앞에선 독립투사 김덕목씨(78년 작고·김구선생 지시에 따른 남의사단원) 의 아들 김국빈씨(33)가 일왕 사죄를 요구, 할복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시위 와중에서 감사원 이문옥 서기관이 재벌기업들에 대한 감사원 감사 내용을 누설, 기밀누설죄로 구속되자 이 서기관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진술한 터무니없는 내용들이 보도되면서 이씨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기 시작한때도 지난주다.
민생치안 확립을 강조해오던 검찰은 폭력조직소탕을 위해 그동안 폐암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국내 최대폭력조직두목 김태촌씨를 2개월여의 내사 끝에 김씨가 석방 후에도 계속해 공갈·협박 등을 일삼았다는 혐의를 잡고 김씨를 재구속하는 한편 김씨에게 폐암진단을 한 의사들을 상대로 김씨가 풀려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5월의 마지막주인 이번 주에는 그동안 파업진통을 겪으며 24일 노사가 전격적으로 단체협약에 서명, 28일부터 정상조업을 하기로 한 현대자동차가 일부 강경 근로자들의 노조집행부 퇴진요구 속에 조업에 나서게돼 약간의 진통이 예상되지만 전국적으로 임금교섭이 고비를 넘겨 별다른 마찰 없이 6월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선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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