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서울 노른자위 「강남 땅값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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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감정평가사 김호길씨(48)는 서울에서도 노른자위로 통하는 강남지역의 「땅값 박사」로 불릴 만하다.
작년 하반기이후 두 번에 걸친 공시지가작업에서 서울 강남구의 정부공인 땅값이 그의 손에 의해 매겨졌으며 그 이전의 기준지가 조사 때도 이 지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현재 몸담고 있는 경일 감정평가사합동사무소에서 본래의 업무를 보고 있지만 2차 공시지가 평가작업에 동원됐던 올 초부터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약3개월 동안 강남구 땅을 대표하는 1천4백 필지의 표준지 값을 가장 정확하게 매기기, 위해 강남구 전체 2만4천여 필지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공시지가란 어느 지역의 땅값이 얼마인지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것으로 그전까지 정부내에도 건설부·내무부· 국세청· 한국감정원 등 조사기관에 따라 같은 지역의 땅값이 서로 다른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작년7월부터 시행된 것.
공시지가는 따라서 모든 토지보유 및 거래 때 수반되는 세금부과 및 공공기관의 토지수용 때 보상기준이 되며 특히 표준지가 아닌 주변땅값 산정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일부에서 전국 30만필지의 표준지 평가작업에 동원된 평가사들이 고작 4백80여명이고 평가기간도 3개월에 불과해 땅값이 제대로 매겨졌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점에 대해 김호길씨는『작업이 다소 벅찼던 것은 사실이지만 참여한 평가사등 대부분이 15년 이상의 경험을 갖고 있고 잘 아는 지역에 배치됨으로써 큰 문제는 없었다』 고 설명한다.
75년 공인감정사 및 토지평가사 자격시험에 잇따라 합격해 15년째 부동산평가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그는 전문적 지식과 실무가 요구되는 이 작업에 만족해한다.
공공기관에서 의뢰하는 토지보상평가와 일반회사 등이 맡겨오는 담보물 평가가 업무의 주류를 이룬다. 모든 평가는 현장확인이 필수적이므로 사무실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그의 적성에 맞는다.
택지조성사업이나 서해안개발사업등 대규모 공공사업이 진행되고 경제규모 자체가 커짐에 따라 평가사들의 할 일은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공시지가제의시행에 따라 매년 한번씩 실시되는 표준지 평가라는 큰 일거리가 하나 더 생겨 장래성도 밝다.
현재 감정평가사로 등록돼 있는 사람은 전국적으로 6백70명 선인데 이중 한국감정원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1백60명이고 나머지 5백10명이 합동 또는 단독사무소를 개업하고 있다. 개업평가사들은 그러나 은행의 담보물이나 국·공유 재산평가 등 주요 업무는 한국감정원에서만 맡도록 하는 현행 업무영역 제한은 업계발전의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땅투기 문제에 대해 김평가사는 최근 정부가 대기업의 과다부동산보유를 억제한 조치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한다.
(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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