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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명당 부양인구 10년 새 11.6명 → 7.6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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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터에선 젊은이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장년층이 많아지고, 일하는 국민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 수는 자꾸 늘고, 노인이 된 다음엔 대부분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한국 경제의 조로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속도가 자꾸 빨라진다는 게 문제다.

1일 통계청이 밝힌 '2006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국민 10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1명꼴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7월 1일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459만7000명으로 총 인구 4849만7000명 중 9.5%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0.4%포인트, 10년 전인 1996년(6.1%)에 비해선 3.4%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노인은 많아지면서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경제활동인구(15~64세)도 10년 전 11.6명에서 지난해에는 7.6명으로 줄어들었다.

근로 인력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올 8월 말 현재 50대 이상 취업자 수는 644만8000명으로 40대(637만3000명)는 물론 30대(609만4000명)와 29세 미만(425만 명)보다 많았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산업현장도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 성큼 다가선 노인 천국=80년대 이전의 '젊은 한국'에선 자주 보기 어려웠던 백발 노인을 이젠 동네 목욕탕이나 도심에서도 어렵잖게 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1월 1일 현재 만 100세 이상 인구는 961명에 이르고, 인구의 평균수명은 77.5세(2003년)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7.2%에 달해 사상 처음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7%)에 들어섰다. 2018년에는 이 비율이 14.3%가 돼 '고령사회'(65세 이상 14%)에 진입하는 데 이어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20%)에 진입할 전망이다.

농촌지역에선 이미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근접(18.6%)한 상태다.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시.군.구는 지난해 63개에 달했다. 5년 전의 29개에 비해 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또 65세 이상 인구를 0~14세 인구로 나눠 100을 곱한 노령화 지수는 올해 50.9를 기록했다. 이는 0~14세 유년인구 100명당 노인인구가 51명임을 뜻한다. 통계청은 2017년에는 노령화 지수가 104.7에 달해 노인인구가 유년인구를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 본격화하는 노후 위기=65세 이상 노인의 44.6%가 가장 어려운 점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고 있다. 이는 지난해 노인부부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16만원으로 비노인가구 소득(300만원)의 38.7%에 불과한 것과 무관치 않다.

노인부부 가구의 월 소득(116만원) 구성비를 보면 국민연금 등 이전소득(54.6%)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근로소득(10.2%)과 사업소득(8.4%)은 20만원가량에 그쳤다. 이렇게 조달된 돈은 대부분 식료품.주거광열.의료비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용처에 소비됐다. 그만큼 주머니 사정이 쪼들린다는 뜻이다.

오래 살수록 사별하거나 자녀와 헤어지는 노인도 많다. 이에 따라 노인 100명당 18명은 혼자 살고 있다. 독거 노인가구의 비율은 65~69세에선 14.1%에 그쳤으나, 70~79세에선 20.8%, 80세 이상의 경우 20.4%에 달했다.

◆ 경제 조로 현상 가속화=최근 10년간 제조업도 급속히 고령화됐다. 1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제조업 고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근로자 중 50~59세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96년 9.4%에서 지난해 13.1%로 3.7%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29세 이하 청년 근로자 비중은 30.5%에서 21.8%로 8.7%포인트 감소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제조업의 고용도 인구 구조의 노쇠 현상과 함께 제조업 자체의 조로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건강보험에서 65세 이상 노인에게 들어간 의료비는 6조556억원으로 전체 의료비의 24.4%에 달했다. 2000년(2조2893억원.17.4%)에 비해 금액으로는 4조원 가까이 증가하고, 비율은 7%포인트 높아졌다.

김동호.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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