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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지배자' 슈마허 시즌 1위로 빗속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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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슈마허의 페라리 머신(경주용 차)이 F1 차이나 그랑프리에서 빗길을 질주하고 있다. [상하이 AP=연합뉴스]

'황제' 미하엘 슈마허(37.독일)가 마침내 시즌 1위 자리에 올라섰다.

페라리의 슈마허가 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F1 차이나 그랑프리에서 우승했다. 올 시즌 내내 르노의 페르난도 알론소(25.스페인)에게 밀려 2위에 머물렀던 슈마허(116점)는 이날 승리로 종합점수에서 알론소와 함께 공동 선두가 됐다. 슈마허는 9월 11일 이탈리아 몬자 대회를 마친 뒤 "10월 22일 브라질 그랑프리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은퇴 발표 후 첫 대회에서 슈마허는 1위에 올랐고, 시즌 막판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F1의 한 시즌은 18개 대회로 구성되며, 이번 그랑프리가 16번째다. 알론소는 지난해 시즌엔 5년 연속 챔피언(2000~2004년)이던 슈마허를 누르고 정상에 오른 바 있다.

▶6등으로 출발하다

대회를 하루 앞둔 9월 30일, 예선전에서 알론소가 1위를 했고 슈마허는 6위에 머물렀다. 예선 성적에 따라 알론소는 이날 가장 앞선 자리에서 출발했다. 그의 르노팀 동료 지안카를로 피지켈라(33.이탈리아)는 예선 2위를 차지, 알론소 바로 뒤에서 출발했다. 선두 두 자리를 독점한 르노팀을 슈마허 혼자서 제치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F1은 팀당 두 명의 드라이버가 참가한다). 그러나 그것은 '상식'이었고, 슈마허는 눈부신 역주로 상식을 뛰어넘었다.

레이스 중반이 되자, 6위로 출발한 슈마허는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러자 르노팀의 두 드라이버는 호흡을 맞추며 슈마허를 견제했다. 그러나 팀 플레이가 끝까지 완벽하지는 못했다. 총 56바퀴 중 28바퀴째, 2위를 달리던 피지켈라가 순간적으로 알론소를 추월했다. 순간 같은 팀 선수끼리의 협조는 견제로 변했다. 알론소는 흔들렸고, 슈마허는 코너에서 2위로 내려앉았던 그를 제쳤다. 인사이드를 완벽하게 파고드는 과감함. '코너에서는 터미네이터가 된다'는 슈마허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41바퀴째, 슈마허는 피지켈라가 핏 스톱(Pit-stop:경기 중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연료를 공급하는 시간, 보통 1레이스에서 두 번 정도 핏 스톱이 이뤄지며 각각 7초 내외 걸린다.)에 들어간 틈을 타 1위에 올라섰다. 알론소가 2위, 피지켈라가 3위를 했다.

▶다시, 비의 지배자로

슈마허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비의 지배자(Rain Master)'로 통했다. 젖은 도로에서 완벽하게 머신(F1 경주차)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30일 예선전이 열리는 상하이에는 비가 내렸다. 사람들은 "슈마허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라고 했다. 그러나 슈마허는 6위로 부진했다. 그랑프리가 열린 1일 역시 비로 노면이 젖어 있었다. 하지만 슈마허는 완벽한 경기 운영과, 강한 심장으로 다시 비의 지배자에 올라섰다. 올 시즌은 두 번의 대회가 남아 있다(8일 일본, 22일 브라질). 슈마허는 알론소와 동일선상에 섰다. 그러나 가속이 붙은 것은 슈마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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