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제 2의 워드' 무디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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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보울 MVP인 한국계 풋볼스타 하인스 워드(피츠버그 스틸러스).

로스앤젤레스에 '제2의 워드'가 뛰고 있다. 남가주대(USC) 1년생 러닝백 이매뉴얼 무디(19.한국이름 반석.사진(右)).

무디는 워드와 똑같이 아버지가 흑인,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26일(현지시간) USC의 풋볼 훈련장에서 만난 그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은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으로 친근감마저 느끼게 했다. 100%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흑인보다 한국인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더구나 무디는 한국말을 능숙하게 구사했다. 한동안 한국말로만 대화하는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불고기와 갈비라고 했다.

텍사스주 코펠의 코펠 고교를 졸업하고 USC에 입학한 무디는 올 시즌 3경기에 출전해 258야드 전진에 2개의 터치다운으로 맹활약, 주목받고 있다. 특히 23일 애리조나전에서는 120야드를 달리며 터치다운까지 해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무디의 어머니 장영선(47.사진(左))씨는 무디를 '미러클 베이비'라고 부른다. 장씨는 주한미군이던 유진 무디(48)를 만나 결혼한 뒤 아들과 딸 하나를 낳았다. 그리고 불임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87년 뜻하지 않게 임신했고 독일에서 무디를 낳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장씨는 "막내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말한다. 무디가 여섯 살 때 장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세탁소와 편의점 등을 운영하며 14년째 살고 있다.

무디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에 가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어떤 느낌이었느냐는 질문에 "당시 친척들은 따뜻하게 대해줬지만 많은 사람이 나를 보고 '검둥이'라며 놀렸다. 그래서 나도 어렸을 때 한국이 싫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스피드와 파워를 겸비하고 있는 무디의 목표는 "배리 샌더스처럼 프로풋볼리그(NFL)를 대표하는 러닝백이 되는 것"이다.

어머니 장씨는 "NFL 스타가 되는 게 아들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그의 진정한 꿈은 '목사'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 원용석 LA지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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