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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성남시|「급조도시」어려움 딛고 「하키 메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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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86년 제10회 아시안게임, 88년 서울올림픽을 무난히 치러 세계적인 「하키의 메카」란 별칭이 붙은 성남시는 2O여년전 원주민 2만5천명에 불과한 경기도 광주군의 조그마한 마을에 급조된 도시여서 예술적·민족적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
당시 서울시의 철거민 이주라는 특수성 때문에 정착민들이 겪은 소외감과 고통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71년의 모란단지 부정사건과 73년 7월1일 「광주대단지」소요사건은 정착민들이 겪은 극심했던 고난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예.
이러한 진통 끝에 73년 시로 승격한 성남시는 시민들이 내고장 성남에 대한 애향운동을 펴기 시작, 점차 문화도시로서의 모습까지 갖추게 됐다.
문화예술활동이 성남에서 본격적으로 싹트게 된 것은 75년부터. 성남시는 삭막했던 주변환경을 가꾸고 도시형성과정에서 유래된 흉흉했던 시민들의 정서순화를 위해 희망대공원과 단대공원을 조성하고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과 저변확대를 위해 80년9월 성남문화원(원장 권기홍)을 개원, 본격적 문화·예술활동의 터전을 마련했다.
성남지방의 전통 놀이였던 판교 「쌍룡줄다리기」와 「남한산성 축성놀이」를 발굴, 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은 가장 값진 결실중의 하나였다.
쌍룡줄다리기는 판교동(속칭 널다리)에 3백년 전부터 전수되어온 민속놀이.
널다리라는 지명은 지형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산 가운데로 도로가 있는데서 유래됐다. 이 곳은 예부터 충청도와 수원에서 서울(말죽거리)로 가는 교통요지였으며 부락끝 양쪽에 문을 닫아 외부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지형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일제에 의해 중단된 쌍룡줄다리기는 80년대 들어 이마을 김완길씨(76) 주도로 복원돼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동네의 젊은이들에게 전수되고 있다.
판교주민들은 성남시의 협조로 오는 5월28일 단오절을 기해 대대적인 행사를 재현할 계획이다.
또 하나의 민속은 남한산성 축성놀이. 이 놀이는 1626년 조선 인조4년 팔도의 승군에 의해 축성됐다.
당시 전국의 승려를 징발, 광주유수의 지휘아래 법의를 벗은 승려들이 성터를 다지고 한편으로는 암석을 운반하며 부른 각종 소리와 노동요에서 유래된 민속이다.
거의 명맥이 끊어졌던 이 놀이는 86년도 경기도 민속예술경연에 출전돼 지금까지 겨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임홍규 예총 성남지부장은 『성남시가 급조된 인공도시여서 문화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 특수한 전통과 맥을 형성할 수가 없었다』고 말하고 최근문인협회가 발족, 권기흥(소설)·배정웅(시)·김병학(시)씨 등 문인들이 주축이 되어 문화예술의 구심체적 역할을 하던 중 임영창(시조)·홍완기씨 등이 이주해 와 성남문단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86년2월 예총 성남지부 창립을 계기로 문인·국악·무용·연극·연예지부가 구성되고 음악·사진·미술협회가 가입하면서 4회에 걸친 성남종합예술제 및 미술대전을 열어 문화예술의 불모지에 싹을 트게 했다.
서예는 임홍규·김길배씨 등이 국전 등에 입상을 시발로 윤영복·허윤희씨 등이 계속 서예계를 이끌어 나갔다.
81년에 창립된 국악지부를 83년 이준식(판소리고수)·김성태씨가 조직을 재정비, 성남국악제·농악경연대회·국악경창대회 등을 개최하고 오병수(판소리)·정금난 (판소리 무용)·김상규(농악)씨와 합세해 국악을 정착시켰다.
음악은 86년 시립합창단(지휘 서북진)이 창단됐고 박태현씨(83·작곡가)가 성남에 이주, 음악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창작의욕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윤복호·오종창씨가중 심으로 사진작가협회를 창립했고, 연예는 조이수·김진아씨 등이 연예지부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중이다.
성남시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도시인만큼 주민들이 각 지역에서 이주,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이질화 현상이 비교적 심한 곳이다.
이에 따라 출신지역별로 친목을 위한 향우회가 자생적으로 조직되었으나 이것이 지역감정을 더욱 표면화시키는 현상을 빗기도 했다.
성남에 있는 대표적 향우회는 호남·영남향우회, 충청도민회, 강원친목회 등 4개 단체. 방제환 부시장은 『4개 향우회는 이 같은 불협화음을 해소하고 지역발전과 시민화합·지역감정해소를 위해 서로 돕기 운동을 벌여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향우희(회장 유중백·49)는 69년 6월10일에 발족, 관내 33개 지부에 회원 10만명을 갖고 있다.
이들은 주로 노인회 위문·불우이웃 돕기·수재의연금·장학사업을 펴고 있는데 지난70 회 전국체전 때는 전 회원이 나서 영남선수단 숙소와 선수석을 찾아 각종 선물과 위문품을 전달하고 영남선수 경기 때는 영남선수들을 응원하는 등 흐뭇한 정경을 자아내 지역감정 해소에 솔선수범함으로써 격찬을 받기도 했다.
영남향우회(회장 김병호)는 71년 1월10일 발족, 7만여명의 회원을 갖고있다.
이들도 불우이웃 돕기·장학사업·군장병 위문·해외동포 태극기보내기 운동을 펴고 있으며 지난 전국체전 때는 호남향우회와 마찬가지로 호남선수단 숙소를 찾아 격려와 선물전달·응원을 해 영호남간의 우정을 다지는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충청도출신으로 구성된 충청도민회(회장 김만수·53)는 76년 4월20일 발족, 8천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으며 장학사업·소년소녀가장 돕기·재해구호기금 전달 등 향토발전과 지역화합에 앞강서고 70회 체전 때는 강원도 선수단을 격려했다.
강원도친목회(회장 전성재·54)는 86년3월에 발족, 현재 51뎡의 회원을 갖고 있지만 장학사업과 불우이웃 돕기 등을 펴고 있다.
이밖에 성남에는 「만남회」(간사 권찬오·53)란 특이한 자생단체가 조직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성남모란장은 또 하나의 명소.
성남시 중원구 대원천 변에 위치한 모란장은 옛날 시골장터의 정취가 물씬 담긴 향수와 인심을 사고 파는 5일장으로 4일과 9일에 장이 선다.
모란장은 64년 광주군 당시 5일장으로 개설 운영하다 73년 시 승격으로 한때 폐지했으나 80년초 자연발생적으로 다시 장꾼들이 늘어나 중앙로·섬남동 일대 주택가까지 침범, 당국이 폐쇄를 검토했으나 서울근교의 유일한 「5일 풍물시장」이란 특성을 감안해 전통민속장으로 알차게 가꾸어 가기로 했다.
글〓김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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