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론 불지피고 화답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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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가위 민족 대이동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차기 대선 구도를 결정할 수 있는 굵직굵직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정대철 상임고문은 '당 해체→신당론'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배제하는 게 낫다는 얘기도 했다. 당 바깥의 고건 전 총리는 기다렸다는 듯 정 고문의 신당론에 '관심 있다'고 호응했다. 한나라당에선 강재섭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남경필 의원이 "그건 곤란하다"고 치받았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일반 국민이 정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제도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은근히 바라고 있고 박근혜 전 대표 측은 반대하고 있다. 차기 주자 빅3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주장을 살펴본다.

정대철 고문
"노 대통령 대통합서 빠지고 열린우리당은 해체돼야"

"노무현 대통령은 통치만 잘 하도록 내버려 둬야죠. 그 양반은 (대통합을 위한) 신당을 창당하는 경우에는 제자리에 가만 계셔서 통치를 끝까지 잘 하게끔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억지 춘향으로 (노 대통령이) 탈당해도 안 된다. 노 대통령 임기 이후에 벌어질 정치 상황을 고려한 정개개편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은 적극적 장면에서 빠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정대철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은 27일 정계개편과 노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다. 정 고문은 정계개편론과 관련, '대통합 신당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날 '통합 신당'의 창당 시기와 열린우리당의 '해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신당 창당을 통한 대통합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세를 얻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대통합에서) 원 오브 뎀(one of them, 여러 세력 중 하나)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흡수 통합으로 보이면 잘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은 해체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 외에 민주당.국민중심당.고건 전 총리 모임 등이 연대 가능성이 있는 집단이며 한나라당 일부 세력도 원한다면 같이 못 갈 이유가 없다. 정개개편 논의는 11월 말이나 12월께, 국회가 좀 마무리되면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봄에는 신당이 이뤄져야 한다.'오픈 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경선제)는 열린우리당에 아픈 소리지만 그 아픔을 이겨내는 산고를 통해 새 것을 만들 수 있다. 열린우리당에 제일 고통이 있을 것이다."

신용호 기자

고건 전 총리
"여당 내 중도통합 신당론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다"

고건 전 국무총리가 27일 전주를 방문해 연 기자간담회에서 "열린우리당 내에서 나오는 중도통합 신당론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움직임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바람에 부흥하고 정치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열린우리당의 '중도통합 신당론'이란 정대철 상임 고문이 최근 반복해 주장하는 것으로 열린우리당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중도 세력들이 대거 참여하는 새로운 당을 만들자는 내용이다.

고 전 총리의 이날 발언은 그가 기존 정당과 거리를 둬 온 점에 비춰 볼 때 이례적이다. 최근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만나 중도실용주의 세력의 통합에 대해 원칙적으로 뜻을 같이한다고 밝힌 데 이어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다. 정치권 일각에선 "열린우리당이 대통합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제3신당을 창당할 경우 여기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특정 정당에 입당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측근은 "고 전 총리가 줄곧 중도개혁실용주의 세력의 통합을 주장해 오지 않았느냐. 그런 연장선상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고 전 총리는 "중도개혁실용세력의 연대통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여야 정치인과 비정치인을 만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엔 "다른 분들보다 너무 빠르지 않게, 늦지도 않게, 적절한 때가 되면 제 입장을 분명히 밝히겠다"고 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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