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남 대치동 '교육특구'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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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대치동은 '교육특구'가 아니다. 학생들을 오로지 공부하는 기계로만 간주하는 거대한 입시 산업단지에 불과하다. 자녀를 학교보다는 학원교습을 통해 명문 대학에 집어넣어 '교육 명품'으로 만들려는 부모들의 이상(異常) 교육열이 난무한다. 이에 편승해 수능 정답 맞히기에 초점을 맞춘 수많은 족집게 강사들의 주입식 암기 학습이 성행할 뿐이다.

중앙일보의 기획기사 '심층해부 대치동'은 부동산 가격 앙등의 주범으로 논란의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대치동 과외의 이 같은 허상을 처음으로 낱낱이 파헤쳤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자녀의 재능을 살려줄 진정한 교육과 학교교육이 맥을 못추는 대신 학원과외에 찌들린 대치동 '학원 키드'의 결과는 과연 어떠한가. 다른 지역보다 학생의 수능 평균성적이 높지도, 대학 진학률이 압도적이지도, 상위권 대학 입학이 많지도 않다.

타율 지도에 길들여진 탓에 원리이해를 통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그렇다고 대학 성적이 우수한 것도, 대졸 후 사회 진출이 특출한 것도 아니다. 어려서부터 사지선다형의 입시교육에만 매달려 창의성이 뒤떨어지고 스스로 독서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거나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능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치동식 교습이 최적의 교육인 양 학부모와 학생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정말 개탄스럽다. 과다한 과외비 지출로 가계가 휘청거리는 것은 고사하고 집을 처분하면서까지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한국병이 어디에 있겠는가.

공교육이 뒷전으로 물러나 앉고,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강사들이 더 돋보이는 과외의 악순환 고리를 이제는 과감하게 끊어야 한다. 정부는 단순히 아파트값을 잡는 차원에서만 강남교육의 문제점을 파악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과외를 먹고 성장한, 자생력 없고 경쟁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나라의 장래를 떠맡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교육의 병폐를 치유할 본격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