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의 보약은 수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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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공격은 최선의 수비」란 말이 축구에 있듯 야구에선 「수비는 최선의 공격」이라는 속설이 있다.
파도처럼 전원공격·전원수비를 펼쳐야하는 축구에서는 이론상 계속 공을 보유하는 공격이 최선의 수비가 될 수 있다.

<김영덕·김성근 수비파>
그러나 야구는 수비의 1차 책임자인 투수력에 따라 상대의 공격강도가 달라지므로 공격만이 최선의수비가 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막강한 마운드 구축, 물샐틈 없는 수비가 상대를 꺾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롯데전과 광주의 빙그레-해태전은 야구에서 수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일깨워준 경기였다.
결과적으로 LG는 수비의 축인 2루수 김동재(김동재) 의 멋진 수비로 승리할 수 있었고 해대는 2루수 백인호 (백인호) 의 실책으로 한판을 더 잃어 빙그레에 1승5패의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이날 롯데는 강공으로만 나간 결과 몸을 던지며 철벽 수비를 편 LG에 아깝게 졌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 가 야구에선 통하지 않은 결과다.
프로야구 감독중에는 김응룡 (김응룡) 김진영 (김진영) 백인천 (백인천) 등 공격적인 야구를 선호하는 감독과 김영덕 (김영덕) 김성근 (김성근) 감독 등 수비 우선파가 있다.
재일동포 선수 출신인 양금감독의 수비선호는 때때로 팬이나 전문가들의 비난을 받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야구는 「수비가 우선」 이라는 자신들의 철학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때문에 양 김감독이 맡은 팀은 예외없이 마운드가 1차적으로 강화되고 주전선수도 타격보다 포지선별 수비력 위주로 선발된다.
빙그레가 소문난 대포인 장종훈 (장종훈) 을 말뚝 주전으로 쓰지 않고 황대연(황대연) 강석천(강석간) 을 번갈아 쓰는 이유도 바로 때문이다.
태평양 김성근 감독이 선수스카우트나 트레이드에 절대로 투수를 양보하는 예가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롯데는 현재 타율0.269 (2위)를 기록, 2외로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실책 2O개 (1위)를 기록하며 점수를 잃어 (72점· 공동2위) 순위가 오락가락, 기복이 심하다.

<수비력만으로 중위권>
수비가 견고하지 못한 탓에 좋은 투수력(방어율3.41) 과 타격을 갖고도 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막강 타력의 상징인 해태도 지금까지 F게임에서 투수들의 고군분투 (방어율·3.01, 1위)를 야수들이 뒷받침하지 못해 (실책17개·2의) 중위권에서 허덕이고 있다. 특히 해태는 자랑인 대포 (홈런) 도 11개로 시원치 않은데다 타선마저 불발 (타율 0.232), 작년과 같은 호쾌한 야구를 보이지도 못하고 있다.
반면 뚜렷한 스타가 없는 태평양이 투수와 야수들의 수비력만으로 중위권을 지키고 있는 상황은 주목할만 하다.
태평양은 지난 시즌 최고의 방어율 (3.03)과 적은 실책 (1백11개·6위)등 수비력만으로 꼴찌에서3위로 점프했고 올 시즌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공격력을 표방한 LG의 백인천 감독이 2루수의 멋진 수비 하나로 6연패의 악몽을 벗어난 것은 아이러니컬하기까지 하다.
사실 LG가 형편없는 타율(0.214)속에 그나마 7연패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은 야수들의 선방(실책 12개·7위)과 15개의 도루를 기록한 기동력 때문이었다.

<삼성도 실점줄여야>
최근 4연승을 거두면서 5월 대공세를 가시화시키고 있는 삼성은 공격력도 최상 (홈런25개, 타율0.275), 수비력도 정상급 (방어율3.68, 실책12) 이어서 현재의 순위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최대의 득점력 (93점) 을 과시하고 있는 삼성은 위기에서의 마운드운용 등에 신경써 실점 (74점·2위)을 더 줄여야만 상위권에 점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을 듣고있다.
이렇게 볼때 야구에서의 총체적 전력은 공격력의 극대화로 이룩되는 것이 아니며 탄탄한 수비가 공격력을 살리는 요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권오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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