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통합 「지분」이 최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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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평민ㆍ민주당(가칭)의 야권통합협상대표 10인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상견례를 가짐으로써 그동안 우여곡절을 거듭하던 야권통합협상의 막이 오르게 됐다.
평민당의 김원기(단장)ㆍ이재근ㆍ유준상ㆍ한광옥의원과 한영수 전의원,민주당의 김정길(단장)ㆍ이철ㆍ장석화ㆍ노무현의원과 장기욱 전의원이 참석한 이날 첫 모임에서 두 당대표들은 ▲당대당통합 ▲집단지도체제 ▲대표및 최고위원 경선등 두 야당의 통합원칙에 의견을 같이함으로써 외견상으로는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이날 민주당측은 통합협상의 걸림돌이던 김대중총재의 2선퇴진 주장을 하지 않는 대신 창당작업을 중지 또는 연기하라는 평민당측 요구에는 응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민주당측의 경선요구 속에는 김대중총재의 2선후퇴가 사실상 포함된 셈.
이에대해 평민당은 민주당이 실질적인 당대당통합을 내세우며 사실상 50대50 지분을 주장한 데 대해 『당대당은 창당이전인 민주당을 정치적 실체인 동시에 협상대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라며 협상을 통해 합리적인 선에서 지분비율을 정하자고 종용,이견을 드러냈다.
양측은 결국 통합의 당위성과 통합후의 총론적인 당모양새에 같은 견해를 보인 반면 실질적인 세의 배분방법과 비율에서는 큰 이견을 보인 셈이다. 따라서 협상의 진전에 따라 갈등요인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여 순조로운 스타트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좀처럼 쉽게 타결에 이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협상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평민ㆍ민주 양측 대표단장의 소감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평민대표 김원기의원/지자제전까지 통합노력/지역감정이 걸림돌 되기도
『민주당측과 접촉해 보면서 느꼈던 통합의 가장 큰 벽은 역시 지역감정이라는 것이다.』
평민당의 야권통합협상단 대표 김원기의원은 「지역감정」이 통합논의의 가장 큰 추진력이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걸림돌이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야권통합을 꼭 할 생각이 있나.
『민자당가지고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마땅한 대체세력이 없다는 게 국민들 생각인 것 같다. 때문에 명실상부한 수권능력을 갖추기 위해 통합하려는 것이다.』
­평민당만으로는 확실한 대체세력이라고 할 수 없는가.
『국민들은 우리당을 특정지역에 치우쳐 있는 지역정당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구야나 재야인사의 영입등 통합보다 야당의 복원에 주력해온 평민당이 민주당(가칭)과의 통합으로 선회한 이유는.
『정치는 역시 현역국회의원 중심이고 평민당말고 현역의원들이 모여 있는 곳은 민주당밖에 없다. 더구나 그쪽은 우리에게 부족한 영남쪽 사람들이 주로 모여 있다.』
­통합노력의 시한은 없는가.
『우선 지자제선거전까지 통합을 이뤄 통합야당의 공천자를 내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의 시한은 사실상 없다.』
­민주당이 50대50 지분을 요구하는데… .
『현실을 무시한 비상식적 요구다. 야당하는 사람들이 마땅히 극복해야 할 지역감정에 등을 대고 그것에만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부도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의원은 『통합은 목적지가 아니라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한 경유지』라면서 『통합논의에 지나치게 지분을 앞세운다면 민자당의 내분과 같은 통합이후의 문제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이재학기자>
◎민주대표 김정길의원/대표경선 합의에 의미/이해 안따지면 안될 것 없다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있겠는가. 집단지도체제나 대표경선등의 원칙을 서로 확인한 것만도 커다란 수확이다.』
민주당(가칭)의 협상대표단장 김정길의원은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으로 임하면 조기통합은 낙관』이라고 말했다.
­통합지분문제는 진전된 논의가 있었나.
『처음 만난 만큼 상견례에 이어 서로의 통합당론을 제시하고 확인하는 정도였다. 평민당도 비교적 전향적인 태도로 느껴졌다.』
­현역의원 비율(70대8)이 감안돼야 하지 않는가.
『물론이다. 특히 평민당의 지역구의원수(55명)가 우리보다 월등히 많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총선당시의 구민주당 득표율과 현재의 「국민정서」분포도 또한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민주당의 창당작업은 강행할 것인가.
『6월9,10일로 예정된 창당일정은 지켜진다. 정당법상으로도 창당이 돼야 통합수권기구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통합도 아무리 빨라야 창당일 이후가 될 것이다.
­50대50 지분비율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통합전당대회에서의 투표권 비율이다. 즉 대표나 최고위원의 경선을 백중세하에서 치르자는 것이 우리측 요구사항의 핵심이다. 김대중총재 퇴진요구를 철회한 것도 이 원칙 때문이다.』
­만약 다음 총선이 임박해서까지 통합논의가 진척되지 않는다면.
『거대여당에 대한 단일 대항세력을 형성,다음 선거에 승리하는 것이 통합협상의 목표고 국민여망이기도 하다.
양당에는 이 열망에 부응코자 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으므로 「비상한 결단」도 취해질 수 있을 것이다.』(그는 「비상한 결단」이 탈당-제3당 창당인지 여부에는 시기상조라며 답변을 피했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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