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장+분배 '두 토끼 잡기' 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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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방의 거두 천량위 상하이 당서기가 전격 실각되면서 중국 정계에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1989년 이후 최근까지 중국 권력의 중추였던 상하이방의 몰락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상하이방 숙청은 장쩌민이 집권 초기였던 95년 천시퉁(陳希同) 당시 베이징 당서기 등 베이징방(北京幇)에 비리 혐의를 씌워 대대적으로 축출한 것과 닮은꼴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로 후진타오 국가 주석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공산주의 청년단(共靑團)을 앞세워 친정(親政)체제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다음달로 예정된 성(省)급 당 간부 인사에서 공청단 출신이 대거 전면 배치될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과거 후 주석의 주요 활동 기반이었던 공청단은 후 주석의 후광을 업고 세력을 키워 퇀파이(團派)로 불리며 권력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정책 분야에선 성장 제일주의 노선이 다소 퇴조하고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절충 노선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대적인 부정부패 척결 운동도 예상된다. 천의 부패 혐의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패는 뿌리뽑는다는 당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상하이방 몰락 가속=외견상 상하이방의 입지는 최근까지도 무시하기 어려웠다.

중국의 최고 권력기구인 공산당 정치국 9인 상무위원 중 7명이 상하이방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3년 후의 국가 주석 취임 이후 쩡칭훙(曾慶紅) 부주석을 위시해 후 주석 지지로 돌아서는 인물도 나왔다. 다만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과 서열 6위인 황쥐 부총리만이 상하이방의 입장을 여전히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들 역시 가족이나 측근들의 부패 문제로 입지가 약화된 상황이다. 자 주석은 중국 최대 밀수사건의 범인으로 현재 캐나다에 도피 중인 라이창싱(賴昌星) 원화그룹 회장의 배후인물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황 부총리는 이번에 당 기율검사위가 천 서기 부패 혐의를 포착하면서 조사한 상하이 푸시(福禧) 투자회사 장쉐쿤(張學坤) 사장과 가까워 실각이 시간문제라는 소문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20여 명으로 추산되는 지방 정부의 상하이방 출신 간부들도 조만간 물갈이될 가능성이 커졌다.

부패하고 무능력한 인물을 제거하는 명분을 내세워 후 주석의 공청단 출신들이 지방정부를 접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과 분배 동시 추구=천 전 서기는 대표적인 성장 우선론자다. 덩샤오핑의 '선 성장 후 분배'를 아직도 철칙처럼 믿고 있다. 그래서 2004년 4월 중국 정부가 경기과열 억제 정책을 내놓자 그는 원자바오 총리 면전에서 탁자까지 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올 5월에도 국무원이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개인부동산 대출금리 인상 조치를 내놓자 "상하이와 광둥 지역 경기를 죽인다"며 정부에 거세게 항의한 일이 있다. 천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의 거센 항의 때문에 중국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경기과열 억제 정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1년 만의 최고치인 11.3%에 달했다.

천이 제거됨에 따라 그동안 취했던 중앙정부의 경기과열 억제 정책은 훨씬 더 강도 높게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농민과 도시 빈민 등 저소득층을 위한 각종 복지정책은 과거보다 더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중산층 이상에 대한 과세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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