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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이후 지하드 동참 무슬림 늘어 테러 위협 되레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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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들의 분석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보고서의 결론이 "이라크 공격으로 미국에 대한 이슬람 과격파들의 테러 위협이 줄기는커녕 되레 더 커졌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시각은 "이라크전으로 테러 위협은 퇴조하고 미국은 더 안전해졌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미 여야 간 정치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미 정보기관들을 총지휘하는 존 네그로폰테 국가정보국장의 사인까지 담고 있다.

24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 행정부 내 16개 정보기관은 2004년부터 이라크전이 이슬람 테러리즘에 끼친 영향을 합동으로 분석한 뒤 4월 최종 보고서를 만들었다. '세계 테러리즘 동향'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미 정보기관들은 "이라크 공격으로 이슬람 과격파들이 표방하는 지하드(성전)에 대한 지지가 확산했다"며 "테러 단체에 동참하는 무슬림(이슬람 교도)들이 늘면서 테러 위협이 이라크전 이전보다 증가했다"고 결론 지었다. 또 "그간 중동 각지의 자원자들이 미군과 싸우기 위해 이라크에 몰려들었다"며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지하드 사상을 퍼트리면서 테러 위험이 더욱 커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기관 보고서 내용과 달리 9.11 5주기를 맞아 발표된 백악관 보고서들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등으로 알카에다 수뇌부가 궤멸함으로써 세상은 보다 안전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라크전에 대한 부정적 내용을 주축으로 한 미 정보기관들의 종합평가서가 나오자 미 정계에서 공방이 또다시 불붙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 측은 정보기관 측 보고서 내용이 올바른 분석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원 정보위 소속 제인 하먼 의원은 "알카에다의 수뇌부를 잡더라도 비슷한 비밀조직의 새로운 결성을 막을 수 없어 똑같은 현상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라크의 혼란스러운 현 상황이 이슬람 과격파들을 과감하게 하고 있다"며 이라크전 옹호론으로 반박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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