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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민주 협상 잘될까/“하나의 야당”… 총론엔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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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도체제ㆍ민연추 포함문제는 일치/지분ㆍ재야참여폭등 각론선 “동상이몽”
평민ㆍ민주당(가칭)의 통합협상대표들이 오는 8일 첫 회동을 갖기로 함으로써 양대 보궐선거이후 구체적으로 일기 시작했던 야권통합논의에 시동이 걸렸다.
현재까지 드러난 양측의 통합당론은 표면상 거의 일치한다. ▲통합후 집단지도 체제로 당을 운영하고 ▲대표나 최고위원은 경선으로 선출하며 ▲평민ㆍ민주당외에 민연추등 다른 정치세력도 통합주체에 포함시킨다는 데 같은 의견이어서 얼핏보면 조속한 통합에 아무런 장애가 없는 듯이 생각될 정도다.
그러나 통합시의 지분,즉 전당대회 대의원수에 대해 양측은 아직 복안을 내놓지 않은 채 『협상테이블에서 논의하자』는 태도이고,지분협상이 역대 야권통합논의의 사실상 전부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당의 8일 회동은 길고도 어려운 줄다리기의 첫 걸음일 따름이다.
○…2일 아침 서울 하얏트호텔 일식집에서 만난 김원기평민당 총재특보및 김정길민주당 조직위원장은 양당의 협상대표가 구성된이후 첫 만남이어서인지 협상일자와 장소(8일 오전 8시 국회 귀빈식당)에 합의한 외에는 주로 상대측 분위기나 의중을 떠보는 정도로 1시간30분간의 대담을 종료.
특히 통합시 지분을 50대50으로 하자고 민주당측이 주장하는 것과 관련,김원기의원은 전국구의원을 제외하더라도 양당의 현재 의석비가 55대8임을 강조하면서 『만약 의석비를 무시하고 50대50의 지분비율에 합의해 줄 경우 나는 그날로 맞아 죽는다』고 당내에서의 어려운 입장을 표현.
김정길의원은 『국민이 뽑아준 의원이니만큼 55대8을 인정치 못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면서 『양측 63명의 지역구의원은 당연히 수용하더라도 그밖의 지역구 조직책은 당선가능성위주로 임명하자. 여기에 중앙당 대의원수까지 조정하면 무리없이 50대50이 되게 할 수 있다』고 계속 주장.
김원기의원은 또 『민주당은 창당작업을 잠시 멈추고 통합협상에 나서라』고 한 지난달 21일 김대중평민당총재의 기자회견내용을 상기시켰으나 김정길의원은 합당시 수권기구가 전당대회(창당대회)에서 지정돼야 한다는 정당법조항을 무시할 경우 적법시비등 뒤탈이 날 우려가 크다는 점을 들며 6월2,3일로 예정된 창당을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차제에 평민당도 전당대회를 열어 통합수권기구를 지정해 보라』고까지 권유.
논란속에 지도체제 경선문제로 화제가 옮겨지자 민주당의 김의원은 『만약 내가 출마한다면 김대중총재가 과연 경선에 나오겠느냐』고 평민당의 고민을 꼬집기도 했는데 결국 서로 자극적인 언사는 두당 모두 피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보도진에 발표키로 하고 헤어졌다는 후문.
○…평민당은 1일 당무지도합동회의에서,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야권통합추진특위에서 각각 협상에 앞선 자기당의 입장을 정리.
양측 통합방안은 표면적으로 대동소이하지만 같은 항목도 서로 표현이 달라 주목되는데 민주당이 통합당사자를 「평민ㆍ민주당과 민연추」로 못박은 것에 비해,평민당은 이들 3개 세력이외에 전민련과 구야권인사등 소위 「3당야합을 반대하는 모든 민주세력」이 통합에 참여해야 한다고 명시.
그러나 민주당은 전민련의 현 구성원이 87년 대통령선거당시의 「비판적 지지파」(친김대중)가 다수임을 들어 김총재의 「외압용」으로 이해하는 한편 구야권인사에 대해서는 『차라리 김일성이를 데려오지 왜 그 사람들을 불러 들이느냐』(이기택창당준비위원장)고 평민당의 영입작전을 비난할 정도의 분위기여서 사소한 데까지 견해차.
통합지분에서 평민당의 당론은 『현실여건을 바탕으로 하여 협상대표들간에 합리적으로 조정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비해 민주당은 『당대당,즉 조직대 조직』이라고 50대50을 암시해 놓고 있으며,대표선출방법도 『민주적 방법에 의한 경선』이라는 평민당안에 대해 김총재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민주당은 『양측이 서로 위험부담을 갖고,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실질적 경선」이어야 한다』고 강조.
○…야권통합에 대한 국민의 여망에 두당이 얼마나 마음을 비우고 승복하느냐에 관심이 가는 가운데 양측의 일부 「통합열망파」 속에서는 벌써부터 『최악의 경우 평민ㆍ민주당의 통합파들이 탈당해 여론의 지지로 강한 흡인력을 갖는 새 야당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조심스럽게 등장.
이른바 「중부당」 발상이 이것인데 서울등 중부권의원과 지역감정에 넌덜머리를 내는 극소수 영ㆍ호남지역의원들이 『평민당의 지도부와 민주당의 새로 임명된 원외위원장들이 앞으로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속에 거론했지만 공개적 논의는 물론 시기상조.
민주당의 경우 창당까지 67개 지구당대회와 대전(12일)ㆍ마산(26일)ㆍ대구(27일)등 3개 시국강연회까지 예정돼 있어 표면상 통합을 외치면서 당세내지 통합지분확대에 주력할 조짐.
한편 민연추는 「선창당 후연합」및 「선연합 후창당」주장이 내부에서 맞서있는 상태로 아직은 평민­민주당간 통합논의의 종속변수로밖에 기능하지 못할 전망.
다만 통합논의가 난항을 겪을 경우 「민연추를 정치블록화해서 통합야당내의 일정 역할을 수행하자」는 선연합주장이 선창당주장에 밀려 창당작업이 가속화,올 하반기에는 당의 모습을 갖추고 두야당과 대등한 「사안별 연합」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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