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면 '상식'에 침을 뱉어라

중앙일보

입력

2001년 9월 필자를 찾아온 육00사장(남,44). 그는 업소용 식기세척기의 출시를 앞두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정책자금을 대출받아 공장을 설립하고 인정받는 우수한 제품을 제작하는데까진 성공했지만, 이를 홍보할 여력이 없어 시판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당시 시장상황은 설거지를 당당할 인력이 부족하여 중국동포들이 인력을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었고, 업소용식기세척기의 판로는 증가하는 추세로 사업성은 매우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요층에게 제품을 홍보할 수 없다면 결국 생산된 전제품이 창고에서 마지막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절박한 상황 처한 육 사장에게 필자는 '상식 이하'(?)의 퍼포먼스를 하자는 제안을 던졌다.

내용은 이랬다. 일주일 후인 추석연휴에 귀성객으로 북적대는 서울역에서 육00사장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하며 일단 직접적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형태였다. 단, 귀성객의 눈길을 끌 수 있도록 양옆엔 저승사자복장의 도우미를 배치한 후 대합실에서 육 사장이 직접 귀성객들에게 살려달라고 이야기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퍼포먼스였다.

1년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가 추석귀성인파로 붐비는 서울역이며, 또 귀성객의 여객상황과 동정을 알리기 위해 현장에 나와 있는 방송사의 아홉시 뉴스를 통해서 퍼포먼스가 전국에 생중계될 가능성도 있었기에 기대 이상의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제안이었다.

기대한 데로 모든 상황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육 사장의 회사는 현재 국내 업소용식기세척기시장에 부동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당시의 홍보효과는 미약했지만 현재의 매직코리아를 만드는데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퍼포먼스를 통해서 육 사장은 일 년 중 가장 즐거워야할 명절전야에 많은 인파속에 자신의 이야길 전하면서, 비로소 스스로를 더욱 낮출 수 있는 겸손한 자세와 절대포기하지 않는다는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지난 겨울, 대학생 연극동아리에 의해 전철 안에서 펼쳐진 퍼포먼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자신들을 고아라고 소개하고 전철안의 이용객들의 축복 속에 결혼을 약속하고 싶다며 진행된 전철 안 결혼식은 당시 온라인은 물론 방송3사를 비롯한 주요언론사에 모두 소개가 되는 핫이슈로 떠올랐었다.

결국 사건은 퍼포먼스로 밝혀졌지만 그 홍보효과는 가히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파장을 불러왔었다. 이와 같은 퍼포먼스를 사전 홍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한 계획을 수립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현행법상 위와 같이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은 퍼포먼스는 공연윤리법 위반 혹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경범죄의 처벌대상이 되며 벌금형이나 구류에 처해질 수 도 있다. 다만 그 행위와 수단이 악의적이지 않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면 법의 선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명백한 건 위법이란 사실이다. 상황이 절박하여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면 정상참작이 가능할 거란 이야기지 현행법을 무시하고 상식을 깨란 이야기는 아니다.

수년전 거리마다 내걸려 화제가 됐던 "선영아 사랑해"란 현수막처럼 일반적 사고를 뒤집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경영학자 김광희 교수는 그의 저서 '상식이란 말에 침을 뱉아라'에서 마케팅의 기본 원리는 ‘상식파괴’에 있으며 일상적인 질서와 관념을 깨는 유쾌하고 발랄한 사고의 혁명이 바로 마케팅의 본질인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또 마케팅은 비즈니스에 활력을 불어넣는 힘인 동시에 죽어가는 비즈니스를 다시 살리는 것도 마케팅이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기업을 다시 세우는 일도 마케팅만이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마케팅에 대한 테크닉만 가지고는 경쟁자를 이길 수 없고 마케팅 전쟁에서 승리할 수도 없다. 마케팅의 ‘원리’를 이해하고 항상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마케팅의 구성요소를 잘 혼용하여 새롭게 도전해보자.

고경진 (사)한국소자본창업컨설팅協 사무총장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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