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몰린 기업 장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1500여 점이나 마련해 왔지만, 장터가 열린 지 두 시간 만에 거의 동났습니다."

23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북측광장에 마련된 GS칼텍스 판매 부스는 물건을 사려는 시민들이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부스 한편에 마련된 페이스 페인팅 행사장에서는 어린이가 길게 줄을 늘어섰다.

이 회사 김희진 차장은 "행운의 룰렛 행사 등 다채로운 경품 행사를 마련한 게 인기의 비결인 것 같다"며 "임직원이 한 달 동안 고생해 모은 물건이 속속 팔려 나가는 것을 보니 흐뭇하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이날 서울에 170여 명의 직원이 나와 장터를 운영한 것을 비롯해 네 개 지역에 250여 명의 직원이 나와 '1일 판매원'이 됐다. 나눔장터 가운데서도 기업들이 마련한 장터에 많은 '고객'이 몰렸다.

비슷한 시각 포스코 판매부스는 지난해의 세 배인 3300여 점의 의류.책을 준비했으나 거의 다 팔렸다. 이 회사 변성우(30)씨는 "싼값에 좋은 물건을 사고 이웃도 도우려는 나눔의 열기가 대단하다"며 "산하 축구 구단인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 소속 선수들이 준비한 유니폼과 사인볼 150점은 판매 시작 30분 만에 모두 팔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주희와 피에로가 등장하는 공연으로 인기를 모았다. 어린이 손님을 위해 준비한 솜사탕과 팝콘 400인분은 장터를 열기 전인 오전 11시쯤 일찌감치 동나 200인분을 추가로 준비했다.

LG전자는 신형 드럼세탁기, 양문형 냉장고 등 신형 가전제품 9점을 경매로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 윤정준씨는 "시중에서 119만원 하는 양문형 냉장고를 87만원에 판매했다"며 "경매수익금 430여만원은 모두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대학생 자원봉사단 써니 대학생 20여 명은 스파이더맨.백설공주 등으로 분장하고 손님을 불러 모았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즉석 녹차.커피 판매대를 만드는 기민성을 보였다. 이 회사 이정기 차장은 "원래 무료로 드리려 했는데 부스를 찾은 시민들이 '좋은 일에 써 달라'며 100원씩 기부해 20만원이 모였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한국화이자제약 등은 즉석 경매행사를 열었다. 대한항공 최영만 차장은 "좋은 물품을 싸게 사려는 시민이 몰려들어 정상적으로 물건을 팔기 힘들 정도였다"며 "공평하게 물품 구입 기회를 드리기 위해 부스에서 임시 경매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현대자동차.SK커뮤니케이션즈.KTF.현대해상.삼성전자.KT.현대중공업 등이 마련한 장터도 시민들의 발길로 붐볐다. 신한은행은 서울 장터에 이동 은행을 보내 시민들의 잔돈 교환과 현금 입출금을 도왔다. 대구에서는 대구도시가스, 달서구의 케이블방송인 푸른방송, C&우방랜드 등의 부스에 시민들이 몰려 의류와 완구.가전제품 등을 고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