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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관광버스 추락현장] 안전띠 안매 사망자 많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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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버스가 굴러 떨어지면서 튕겨 나간 승객들이 곳곳에서 '살려 달라'며 울부짖었습니다. 부서진 차 안은 사상자들이 부서진 의자와 깨진 유리 조각에 뒤엉켜 널부러져 있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21일 오후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청량산 도립공원 버스 추락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정민호(32.청량산 관리사무소 직원)씨는 끔직한 광경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40여m 아래로 추락한 버스는 계곡 바닥의 바위에 부딪치면서 옆으로 드러누웠다. 버스 앞과 오른쪽 부분은 유리창이 깨진 채 심하게 찌그러져 사고 당시의 충격을 짐작하게 했다.

◇사고 순간 및 구조=승객 대부분이 등산 후 피로감에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눈을 감은 상태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여서 피해가 컸다. 출발한 지 몇 분 안돼 내리막길을 달리던 버스가 도로 왼쪽 콘크리트 옹벽과 부딪친 뒤 방향을 바꿔 오른쪽 가로수 네 개를 부러뜨리며 계곡 아래로 구른 것이다.

부상자들은 "버스가 갑자기 '쿵' 소리를 내며 무엇에 부딪치는 것 같더니 공중으로 붕 뜨는 기분이 들었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끔찍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현장엔 경찰과 소방대원 등 1백여명이 구조작업을 펼쳤으나 계곡을 오르내리며 사상자들을 옮기느라 애를 먹었다.

봉화경찰서 관계자는 "차가 제동하지 않고 곧바로 추락한 데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승객이 많아 희생이 컸다"고 밝혔다.

◇수사=금동준 경북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헬기편으로 현장에 도착해 "철저하게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琴청장은 "운전사가 중태여서 정확한 사고 원인은 좀더 조사해야겠지만 현장 상황으로 볼 때 브레이크 파열 사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22일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전문가와 함께 차량.사고 현장을 정밀 조사하기로 했다.

사고를 당한 미봉산악회는 대구시 달서구 두류1동 서대구 시장 상인과 서구 내당동 인근 주민 등 30여명이 만든 모임으로 매달 산행해 왔다.

봉화=송의호.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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