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동완의광고로보는세상] 절대 강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광고인들이 가장 만들고 싶어 하는 광고는 어떤 걸까? 각각의 상품군(群)에는 그 분야를 대표하는 강력한 브랜드(상표)가 있다. 이런 브랜드들은 워낙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 분야를 대표하는 대명사로도 쓰인다. 스카치 테이프, 호치키스, 지프, 클리넥스, 정종 등이 그 예다.

이런 막강 브랜드의 자리는 광고를 통해선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이 현대 마케팅의 정설이다. 한번 굳어진 소비자의 인식은 좀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브랜드의 광고는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다. 광고인들이 각 분야 대표 브랜드의 광고를 만들고 싶어하는 까닭이다.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의 뒷길을 불량스러워 보이는 청년이 건들거리며 걷고 있다. 귀에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걷는 이 친구는 도무지 남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과일가게 앞을 지나면서 진열된 과일을 너무나 태연하게 집어먹는다. 길을 건너려고 선 할머니 등을 쳐 차도로 밀어내지만 그는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청년이 갑자기 길을 건너는 바람에 오토바이를 타고 오던 사람이 옆으로 고꾸라지는데도 이 역시 신경 쓰지 않는다.

청년이 가는 길 앞쪽 한 건물에선 외벽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위에서 작업 중인 사람의 발에 밀려 쌓여 있던 벽돌 중 하나가 아래로 떨어진다. 한 걸음만 그대로 내디디면 떨어지는 벽돌과 청년의 머리가 한 치 오차도 없이 충돌할 순간, 그때까지 아무 것에도 신경쓰지 않던 청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시선을 옆으로 돌려 저쪽에 주차한 볼보 한 대를 부러운 듯 바라본다. (사진)동시에 벽돌은 청년의 발 앞에 떨어져 박살이 난다. 물론 청년은 그 사실조차 모른다. '생명을 구하도록 설계된 자동차… 볼보'

다른 자동차들은 이런 광고를 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이미 이 광고와 상관없이 '볼보' 하면 '안전한 차'를 떠올린다. 그러므로 볼보의 이 광고는 유머로 받아들여져 광고상도 받았지만, 다른 자동차가 이런 광고를 하면 유치한 해프닝이 되고 만다.

사람도 브랜드도 볼보 같은 경지에 오르고 싶어 하지만 그를 위해선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볼보도 한때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안전성을 납득시키기 위해 높은 데서 차를 떨어뜨리고 무거운 물체를 차 위로 낙하시키는 등 실증적인 광고를 오랫동안 했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경영에서의 창의성을 하도 강조하다 보니 자칫 기본도 안 갖춘 채 무조건 튀어 보려고만 하는 추종자들이 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끝>

김동완 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즈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