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약대신 “심리요법”필요/위축된 투자마인드 살려야/증시 긴급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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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주변여건으로 보아 비관적이지만은 많다
과연 증시가 회생못하고 파동으로까지 이어질 것인가.
종합주가지수 8백선이 무너진데 이어 16일 투매조짐을 보이면서 주가가 큰폭으로 떨어지자 벌써부터 공황을 우려하는 비관적인 분위기가 증시 전반을 감싸고 있다.
「종합주가지수 8백선만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인 기대가 너무 강했던 탓인지 이 선이 깨지자마자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본전은 고사하고 반토막이라도 건지고 증시를 빠져나가겠다는 투자자가 속출하는가 하면 갈데까지 가보자는 막판 심리도 팽배해지고 있다.
이같이 사태가 악화된 이유로는 정부의 여러가지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동산투기가 기승을 부린다든지,고객예탁금의 지속적 감소및 미수금 급증등 여러가지 이유를 들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제 더이상 증시에 기대할 게 없다는 위축된 투자심리다.
사실 16일의 주가폭락도 주가 8백선이 붕괴되면 정부가 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했던 투자자들이 정부가 단기부양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에 실망 매물을 쏟아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업계나 투자자들은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현재 취할 수 있는 수단,즉 자금지원이라든지,증권보유조합설립ㆍ거래세 인하등의 조치를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 어느 누구도 이러한 조치를 취했을 때 과연 투자심리가 안정되고 증시가 되살아 나겠느냐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만 사태가 심각하니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뿐이다.
재무부등 정부당국이 현재 증시가 아우성을 쳐도 과거와 같이 단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바로 지금 상황에선 부양책이 아무 소용없다는 판단 아래 내린 방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메가톤급 조치라고 증권계에서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12ㆍ12조치 마저도 증시를 안정시키는 커녕 오히려 자금흐름의 왜곡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마당에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범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과거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긴급사장단 회의소집이다 해서 정부에 부양책 건의를 해왔던 증권업협회마저도 과거 경험상 단지 몇 시간정도 주가를 끌어올릴 뿐인 「쇼」는 이제하지 않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증시일각에서는 현재의 주가하락이 외부요인이 아니라 내부의 심리요인에 기인한 것이므로 「정부가 뭔가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는 못배길 것」이라는 기대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추세라면 주가가 한단계 더 내려가는게 불가피하겠지만 어차피 정부가 뾰족한 대책이 없다면 불필요한 환상을 갖게하는 것이 더욱 증시를 침체의 늪속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얘기다.
차라리 앞으로의 주변 여건이 결코 증시에 비관적이지 않다는 확신을 심어주는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냉정히 증시주변 여건을 따져보면 올초보다 주가가 더 떨어져야할 이유가 없다.
계속 증시를 짓눌러오던 금융실명제가 유보됐고,즉효는 기대할 수 없지만 부동산대책으로 부동산투기가 영향받을 것은 틀림없으며 경기의 회복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등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증시침체의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던 부분들이 하나둘씩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증시가 붕괴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회복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냄비 장세」체질개선의 숙제를 안고 있는 우리 증시로서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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