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노은씨 '이병 엄마의 편지' 인터넷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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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넌 지금 혼자 사막을 건너는 법을 배우고 있는 거란다. 하지만 그림자처럼 엄마 아빠가 널 따르고 있으니 그곳은 낯선 곳이 아니겠지…."(이병 엄마의 겨울연가2 중)

소설가 노은(여.50) 씨가 2년 가까이 월간지 '좋은 생각'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이병 엄마의 편지'가 화제다.

군에 보낸 아들을 향한 모정(母情)이 글 곳곳에 묻어 보는 이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아들이 입대한 뒤에는 어디서든 군복만 눈에 띄고, '군'이라는 단어만 접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군인 엄마'의 심정을 비로소 느꼈습니다."노씨는 아들을 군대에 보낸 뒤 군과 관련된 모든 사물에 반응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동아일보에 밝혔다.

엄마의 진솔한 마음과 사랑을 담은 글을 쓰고 싶었던 노씨는 아들이 입대해 훈련을 받은 공군교육사령부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아들과 자주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 뒤 아들의 자대 배치로 편지를 자주 건네기 힘들게 되자, 노씨는 '좋은 생각'의 홈페이지에 매주 월~금요일 군에 간 아들을 둔 엄마의 심정을 담은 편지의 연재를 시작했다. 아들 때문에 새롭게 알게 된 군과 '군인 엄마'의 희로애락을 같은 처지의 많은 엄마들과 나누고 싶어서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병 엄마의 편지'라는 제목은 변함없지만 아들은 이미 병장이 됐다. 450여 통에 달하는 노씨의 편지에는 그 세월의 변화가 그대로 묻어 있다.

"듬직한 상병이 되었으니, 폭우처럼 힘든 고비들이 웬만큼은 지나갔다 생각하고…, 힘들 때마다 기억하렴. 외롭고 힘겹고 막막한 시간들도 결코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는 거란다."(고맙다 사랑한다 중)

노씨의 '새 편지'가 나올 때마다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린다. 주로 군인 어머니들이다. 인터넷을 통해 공감을 나누던 노씨 등 군인 어머니 30여 명은 지난해 말부터 정기모임도 갖고 있다.

최근에는 노씨가 쓴 편지들 중 80여 편을 추려 '이등병 엄마의 보낸 편지함'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노씨는 "아들을 군에 보낸 모든 엄마는 큰 상실감을 겪지만 점차 모든 군 장병이 '우리 아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이런 점에서 군 생활은 아들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다른 세상을 접하고 내면을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라고 말했다.노씨는 1979년 동양방송(TBC)의 소설공모전에 입상한 뒤 2002년까지 20여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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