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승객 빼앗아라" 개통 25년 맞은 프랑스 TG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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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초고속 열차 TGV가 개통 25주년을 맞아 새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시속 300㎞로 운행 중인 속도를 360㎞로 올리는 시험주행을 18일 시작했다.

르 피가로는 이날 프랑스국립철도청(SNCF)이 TGV 제작사인 알스톰과 프랑스 철도망을 관리하는 RFF(프랑스 철도망)와 함께 이 같은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초고속 운행 테스트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르 피가로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작된 기술 테스트는 고속주행 시 바퀴나 회전력이 전달되는 부분의 소모 정도와, 소음 같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SNCF 관계자는 "현재 운행 중인 TGV 인프라가 시속 360㎞에 맞춰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밀한 기술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TGV가 상업속도를 20%나 더 올리려고 하는 것은 비행기와의 대결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다. SNCF의 안-마리 이드락 회장은 "TGV가 운행되는 모든 지역에서 운행 시간이 줄어 세 시간 아래로 떨어질 때 비행기보다 더 많은 고객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지금도 프랑스에서 TGV로 이동하는 데 네 시간이 채 안 걸리는 지역들은 시장 점유율 면에서 TGV가 비행기를 앞서고 있다.

그러나 이에 머물지 않고 시장 점유율을 더 높여 비행기와의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포석이다.

TGV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은 열차의 접근성과 편의성 때문이다. 비행기와 비교해 속도는 느리지만,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는 공항에 비해 열차역이 도심에 있고, 특히 공항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벌 수 있어 전체 소요 시간에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답답한 비행기 여행보다 자유롭게 차내를 다닐 수 있고 주변 풍광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기차 여행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파리~런던 구간 패키지 여행 상품도 유로스타를 이용하는 것이 비행기를 이용하는 상품보다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

TGV는 1981년 파리와 중부 도시 리옹을 연결하는 구간에 처음 투입됐다. 당시 TGV는 서행 구간을 포함, 500㎞에 가까운 두 도시 사이를 2시간40분 만에 주파했다. 최고 운행속도는 260㎞. 이는 프랑스에서 일일 생활권이 획기적으로 넓어지는 교통 혁명의 기폭제가 됐다.

TGV는 파리~리옹 구간에 처음 투입된 이후, 90년 대서양선과 95년 북선, 그리고 2001년 지중해선이 프랑스 내에서 순차적으로 개통됐다. 국외로도 운행지역을 넓혀 94년 파리~런던을 연결하는 유로스타가 첫 운행에 들어갔으며, 96년에 파리와 브뤼셀.암스테르담.쾰른을 연결하는 탈리스선이, 그리고 내년 6월부터는 파리와 프랑크푸르트.슈투트가르트를 네 시간 이내로 달리는 동유럽선이 운행될 예정이다.

SNCF에 따르면, TGV는 81년 첫 운행 후 지금까지 25년 동안 10억 명 이상의 승객을 실어 날랐다. SNCF는 22일 파리 사이요궁에서 개통 25주년 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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