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제도 개선했다는 서울…광역버스 정류장은 왜 이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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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경기.인천 지역으로 가는 광역버스 정류장들이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퇴근전쟁'을 초래하고 있다고 쿠키뉴스가 19일 보도했다. 쿠키뉴스에 따르면 이 전쟁은 서울과 경기.인천 등 지자체간의 행정적 갈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간 갈등 때문에 시민들만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구리 남양주 인천 부천 등지로 가기 위해 퇴근인파가 몰리는 서울 강변역,강남역 인근은 저녁 7시만 되면 아수라장으로 변하기 일쑤다.

저녁 7시가 되면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좁은 정류장에 몰리면서 한바탕 '귀가전쟁'이 벌어진다. 출퇴근 시간 배차 간격이 짧아진 여러 노선의 버스들이 한꺼번에 좁은 정류장으로 진입하면서 주변 도로는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버스들은 서로 정차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리를 다퉈 주변은 더 혼잡해 지고, 승객들은 버스와 버스 사이를 뛰어다니며 기다리던 번호를 찾아 올라타느라 위험한 상황이 연출된다.

경기 구리시로 퇴근하는 장모(25.여)씨는 "기다린 시간도 길어 힘든데 여러 방면의 차가 한꺼번에 올 때면 승차 시간마저 길어져 짜증난다"며 "승객 대부분이 서울 시내가 아닌 먼 거리를 가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좌석을 차지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고 했다.

정류장의 긴 줄은 주변을 지나야 하는 행인들에게도 불편을 준다. 또 행선지 표지판이 미비해 초행길일 경우 주위 사람들에게 '이게 어디 가는 버스 줄이냐'고 묻느라 바쁘다. 비 가림막 등 승객 대기시설도 없어 버스 정류장이라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다.

부천행 버스를 기다리던 유모(26.여)씨는 "버스 정류장 위치를 몰라 오래 헤맸다"며 "행선지 표지판이 없고 여러 줄 중에 어디에 서야 할 지 몰라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나서 이제야 줄을 섰다"고 불평했다.

서울과 경기.인천을 오가는 광역버스들이 서울에 정류장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라도 해당 운수 사업자가 대부분 경기,인천에 있어 버스 정류장과 기타 시설물 인.허가 및 관리 의무는 서울시가 아닌 경기도나 인천시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각 지자체의 시설물 설치 협조 요청에 특별한 반려 사유가 없는 한 허가를 내줄 뿐이다.

시민교통안전협회 관계자는 "서울시에 정차하는 광역버스 정류장 시설 미비는 두 지자체간 행정적 갈등 때문에 빚어진 문제"라며 "타 지역 버스 유입으로 서울시 교통량이 증가하는 것도 마뜩찮은데 서울시가 앞장서 편의시설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처럼 각 지자체별로 교통 시설을 관리할 게 아니라 생활권으로 한데 묶어 시민들에게 원활한 교통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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