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블로그 수난지' 개설땐 도청·체포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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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웹사이트인 블로그가 중동지역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먼나라 얘기다. 개설하려면 전화도청은 물론 관공서의 괴롭힘 심지어 체포까지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중동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폐쇄적인 이집트에서도 자신의 블로그를 갖고 있는 이른바 블로거들은 '골치아픈 존재'로 취급된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끼칠 뿐더러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새로운 운동의 촉진제가 되는 탓이다.

인터넷이 생활화하면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블로거들은 투명함과 신뢰성을 무기로 네티즌들에게 선거 사기와 부정 공권력의 잔혹함 등을 폭로하는 글과 사진을 블로그에 제공해 네티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인습에 얽매지 않으면서도 검열을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블로거들은 기존 전통적인 매체들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지역을 포함한 이슬람권에서는 예외인 듯 하다.

실제 이집트의 블로거로 Manalaa.net를 운영하는 알라 사이프는 최근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블로거들에 대해 인내심을 잃었다는 이집트 당국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시위 사진을 찍었다가 최근 45일 구금 조치를 당했던 것.

이와는 달리 이집트의 일부 블로거들은 당국에 스스로 자신의 신원을 알렸다. 익명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다른 중동국가들에 비해 블로그 상용화가 빨랐던 이란의 경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개인 블로그를 갖고 있을 정도이지만 '탄압'도 일찌감치 시작됐다.

이란은 캐나다로 이주해 호저라는 애칭을 가진 후세인 데라크샨이라는 인물이 블로그를 첫 시작했고 이란 내에서 수많은 익명의 블로거들이 그의 뒤를 따르면서 블로그 개설이 유행처럼 퍼졌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란 당국은 지난 2003년 시나 마트라비라는 언론인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트렸다며 체포 수감했다. 이란은 인터넷상의 활동을 규제하는 첫 국가이기도 하다.

바레인은 지난 2005년 Bahrainonline.com의 소유자인 알리 압둘레만에 대해 "국가의 안정을 해치는 증오와 위협을 유발한다"며 언론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Kitab.nl라는 블로그 소유자인 튀니지인 사미 빈 가르비야는 근래 실질적인 난민 운명에 처했다.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그가 유일하게 고국과 접할 있는 게 블로그인데 블로그에 뉴스를 제공하는 튀니지의 소프트웨어에서 출입 금지됐기 때문.

이런 블로그 제한은 모로코와 레바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중동지역 국가 가운데 블로거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레바논의 경우 당국이 다른 접근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자국민의 블로그들을 활용해 이스라엘-헤즈볼라간 전쟁의 사진과 만평 비디오를 게재토록 하고 희생자에 대한 모금 운동을 하고 있는 것.

이스라엘은 자국민들의 블로그를 통해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이스라엘 정부의 의무라는 점을 이해해달라"는 자국과 헤즈볼라간 전쟁의 정당성을 설파토록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블로그들에 대해 숨막힐 듯 답답한 신정주의의 장막이 덮혀 있다.

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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