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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출판의 경우(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요즘 두가지의 재미있는 출판물을 보았다.
하나는 원고집필,식자,편집,장정에서부터 출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저자가 자가출판한 책의 경우이고,또다른 하나는 극히 이론적이고 난삽한 사회사상서를 만화로 편찬,출판한 경우다.
우선 자가출판의 경우 저자는 워드 프로세서를 통해 원고를 집필하고,그 과정에서 종래의 인쇄소가 하던 식자,역시 편집자가 하던 레이아웃,인쇄공장에서 하던 조판을 즉석에서 하고,나중에 오프셋 시설이 있는 집에 그것을 넘겨 인쇄를 하고,제본소에 의뢰해 책을 만들어 냈다.
저자가 곧 인쇄소 기술자가 되고,편집자가 되고,출판사가 된 것이다. 워드 프로세서 시대엔 능히 가능한 일이다.
바로 이 자가출판을 시도한 저자는 서울대음대의 이강숙교수. 『음악선생님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그 책의 생소한 인상,활자며 편집기술등이 미숙해 보이는 그것은 오히려 저자의 소박한 면모를 직접 보고 만나는 것 같은 묘한 친근감으로 느껴졌다.
포장과 치장만 요란하고,내용에 식상해온 독자들에겐 마치 신선한 푸성귀를 대하는 기분을 갖게 했다. 내용이 충실하면 포장은 다소 허술해도 감명은 그쪽이 더 크다. 이교수의 자가출판은 한달만에 재판을 낼 정도로 성공했다.
출판계의 또하나 새로운 시도는 저자와 화가의 만남을 통한 색다른 전달수법이다. 만화는 흔히 보아온 출판물이지만 그것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제목으로 이른바 딱딱한 테마를 소화하는 모체가 된 것은 여간 반갑지 않다. 독서가 메마른 지식의 탐구에만 뜻이 있다면 출판문화는 오늘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독자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재미있고 쉬워야 책을 읽는다.
『만화로 보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서울대 경제학과 송병락교수의 『마음의 경제학』을 원저작으로 삼아,이것을 덕성여대 산업미술과 이원복교수가 그림으로 그렸다. 이들 두 저자는 평소 마주 않아 원저작의 내용을 이해하고,함께 소련기행까지 하며 공산주의에 대한 실상의 체험을 나누었다.
이들 이색적인 출판물들은 우리 출판문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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