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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아차차 ! 손가락 절단사고 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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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집중력 떨어질 때 조심=국내 수지 관련 손상은 산업재해의 경우 압착사고가 1만6800여 건, 절단이 4100건에 이른다. 전체 환자 중 산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55~60%임을 감안하면 손가락을 크게 다치는 사람이 매년 4만 명에 육박하는 셈.

사고 유형도 바뀌고 있다. 산업의 구조조정과 안전설비 덕분에 산재가 줄고 있지만 대신 여성과 어린이, 그리고 농어촌 노인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

산재의 경우 주로 피로가 몰려오는 오후 늦은 시간에 많이 발생한다. 산재 환자의 여성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유의할 만한 변화. 일에 익숙지 않은 여성인력이 위험한 일에 투입되면서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현상이다.

명절에 흔한 것이 예초기 사고다. 안전장치가 없는 쇠날 예초기의 경우 손목이나 발목을 절단당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육점이나 떡집 종사자들도 심심치 않게 병원을 찾는다. 일감이 밀려 서두르거나 과로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

젊은이들이 떠나간 농어촌에선 노인 환자가 많다. 위기 대처 능력과 숙련도가 부족한 노인들이 모터를 이용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다. 가정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가장 많이 다치는 장소가 현관문. 열어놓은 문이 맞바람 때문에 세게 닫히면서 연약한 어린이의 손을 덮친다.

◆응급조치는 이렇게=신체 일부가 떨어져나가면 심한 출혈 때문에 당황하기 쉽다. 먼저 깨끗한 헝겊으로 손상된 부위를 압박하고, 119를 부르는 것이 최선의 방법. 기다리는 동안 손을 가능하면 심장보다 높은 위치에 두고, 출혈이 심하면 팔뚝을 감아 지혈을 돕는다.

잘린 부위를 잘 보관해 수지접합 병원으로 가져가는 것은 기본. 짧은 거리라면 젖은 거즈 또는 천에 절단 부위를 싸서 종이컵에 담아 가지만 시골에서 장거리 이동을 할 때는 섭씨 4도의 냉장보관이 가장 좋다. 절단 부위를 거즈에 싸서 다시 비닐로 봉한 뒤 아이스박스에 담아 가는 것이 정답이다. 24시간 이내라면 접합하는 데 무리가 없다.

잘 보관한다고 절단 부위를 봉투에 넣거나 얼려 오는 사람이 있지만 이렇게 되면 조직이 마르거나 얼어 접합이 어려워진다.

◆수술 기법=우리나라의 손 접합술 수준은 국제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돼 국내엔 70년대 말 들어왔지만 생존율에 있어선 독보적이다. 이미 87년 열 손가락 절단수술을 성공시킨 고대 구로병원 성형외과 김우경 교수팀은 이후에도 이런 수술을 10건 더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요즘 미국은 손가락 절단은 대부분 포기한다. 의료비보다 보상비가 싸기 때문. 보험회사에서 이렇게 유도하다 보니 아예 의사들도 돈 안 되고, 힘든 시술을 기피한다는 것.

지난해 국내에 수부외과 전문의 제도가 생겨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해졌다. 전국 54개 병원의 수지접합 전문과에서 2년 동안 임상경험을 쌓고, 필기와 임상시험을 거쳐야 자격증을 준다.

시술은 정교한 바느질로 표현된다. 현미경을 보고 1㎜ 정도(손끝은 0.3~0.6㎜)의 동.정맥과 신경을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실로 꿰맨다. 손가락 하나에 1~3시간이 걸릴 정도로 고도의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손가락이 완전히 으깨져 혈관을 살리지 못할 때는 발가락을 이식하기도 한다. 엄지발가락을 다듬어 엄지손가락과 비슷하게 만들거나 둘째 발가락을 옮겨 심는다.

손가락 관절과 인대를 살리는 시술은 난이도가 더 높다. 광명성애병원 이동철 과장은 "손가락을 접합하는 1차 수술 뒤 굽히는 기능이 떨어지면 발가락 등 덜 사용하는 인대나 관절을 떼 손가락에 이식하는 2차 수술을 통해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도움말 : 고대 구로병원 김우경 교수, 안산 두손병원 황종익 원장, 광명 성애병원 김진수 부장.이동철 과장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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