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영인이 수익 많이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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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여성 임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거침없는 진급도 자주 눈에 띈다. 좋은 예가 있다. 펩시의 CEO 인드라 누이를 살펴보자.

인드라 누이가 펩시 CEO로 취임하면 포춘 500대 기업 중 11곳의 최고경영자는 여성이 된다.

펩시는 조만간 여성이 이끄는 미국 기업 중 주가 총액이 가장 큰 기업이 된다. 매출에 있어서도 아처 대니얼스 미드랜드 사에 이어 두 번째에 오르게 된다. 누이가 공식적으로 취임하는 10월 1일 이후 포춘 500대 기업 중 11곳의 최고경영자는 여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CEO뿐 아니라 중요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임원급 위치에도 수많은 여성이 포진해 있다. 이는 분명 발전이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말도 있다.

현재 미국 기업의 남녀 성비는 남성 쪽에 크게 기울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구의 능력이 뛰어나느냐는 해묵은 논쟁이 아닌, 가장 기본적인 측면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왜 아직도 기업 최고 경영진 자리에 여성의 수가 적은가 논의를 하다 보면 몇 가지 지적이 나온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선뜻 어떤 일에 참여하기를 꺼리거나, 남성에 비해 인간관계의 폭이 좁다 보니 높은 위치에 오르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문제는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다 보면 실질적 변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많은 기업에서 증명된 매출 실적에 대한 변화를 주목해 봐야 한다. 여성 리더가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수록 더 많은 매출과 순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여성이 최고 경영진에 포진한 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경쟁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공기업에서는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공기업에 투자한 이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이 발행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포춘 500대 기업을 평가하는 연구를 해 오고 있다. 2006년에도 215개 기업체를 평가했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의 특징은 여성 기업인 역할의 변화였다. 동종 업종에서 같은 위치에 있는 기업들을 비교했을 때 여성 경영진이 많은 기업의 실적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더 좋았다는 것이다.

작게는 18%, 크게는 69%까지 매출대비·자산대비·자본대비 수익에 있어 나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독립 리서치 단체인 캐털리스트가 포춘 500대 기업 중 353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최고 경영진에 여성이 많은 회사일수록 더 나은 경영 실적을 보여 줬던 것이다. 수익률은 35%, 자본대비 총 이익은 34%나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UC 데이비스 경영 대학원은 캘리포니아에 상장된 200개 기업을 조사했다. 조사에서 나온 결론은 높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위치에 여성이 많은 기업일수록 고객과 주주의 관계가 긴밀하고 더욱 다양하며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또 델라웨어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인종·나이·성별에 관계없이 사람을 뽑은 기업일수록 주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연구는 기업의 순이익과 여성 임원 수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여성은 효율적이며 조정 잘해”

그럼 여성 임원들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을까? 프리미엄 청바지 제조사인 ‘7 for all Mankind’의 직원들에게 자문 역할을 해 주는 바버라 콜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성은 효율적이고, 조정자의 역할을 잘하며, 문제의 본질을 빨리 파악합니다.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하며, 화합을 잘 이끌어 냅니다. 이런 스킬(장점)이 회사의 순이익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회사의 사례들은 여성 임원들이 재무적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1995년 IBM은 여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었다. 회사 내에서 여성인력이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였다. 당시 IBM의 임원진에는 185명의 여성 인력이 있었다. 전 임원의 11.2%를 차지했지만 지역 총괄책임자는 이 중에 없었다. 그 당시 IBM의 주가는 두 번 연이은 주식 분할을 고려했을 때 30선 아래였다.

10년 후 IBM에는 전 세계적으로 1045명의 여성 임원들이 일하게 됐다. IBM 전 임원의 19%다. 이 중 10명은 지역 총괄책임자였다. IBM의 주가는 80선이었고 회사는 포춘지의 10대 기업으로 등극했다. IBM의 여성 리더를 배출하려는 노력은 IBM을 미국을 대표하는 테크놀로지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만들었다.

구성원 다양할수록 실적 높아

듀폰사에서는 여성의 승진을 지원하는 것이 글로벌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듀폰 경영진은 이런 노력만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경쟁에서 앞서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여성 임원들은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분야들을 이끌고 있다.

듀폰에서 사원들의 효율적인 직장생활을 지원하고 있는 윌리 마틴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일은 다양성 경쟁의 우위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은 실제로 윈-윈 시나리오입니다. 제가 궁금해 하는 점은 ‘왜 다른 기업들은 이런 노력을 하지 못하는가?’라는 점입니다.”

조지아-패시픽사에는 문화적 다양성의 차이를 좁히고 완화시키려는 ‘문화교류와 차이극복(Bridging Culture, Leveraging Difference)’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곳에서는 특히 여성 채용을 늘리고, 직무능력을 개발시키고, 승진시키는 전폭적인 노력을 추진해 왔다. 2001년 시작된 프로그램은 조직 구성원이 문화적으로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그 조직은 경쟁적 우위를 갖는다는 비전에 근간을 두고 있다.

2002년에서 2005년 사이 조지아-패시픽에서는 여성 고위관리자가 12%에서 17%까지 확대됐다. 가장 큰 변화는 이전보다 시장을 파악해 반영하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시장에서 구매력을 행사하는 대다수가 여성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고객의 특성을 더 빨리 파악해 원하는 바를 알아내는 것이 회사 이익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간은 얼마나 고객을 잘 파악하며 유연하게 접근하는가, 또 편협하지 않은 사고로 시장을 파악하려 하는가로부터 비롯된다.

현재 미국 여성은 어느 때보다 막강한 구매력을 지니고 있다. 가정에서 소비를 결정하는 주체의 80%가 여성이다. 이는 기업 경영인이라면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경쟁기업에 비해 여성의 소비 패턴에 대한 파악력이 떨어진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립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여성이 모든 학사·석사 학위의 절반 이상을 획득하며, 박사 학위와 법률 학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여성 인재가 충분하다는 말이다.

IBM,·듀폰·조지아-패시픽 등이 보여준 실적과 연구소에서 발표된 내용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시사한다. 고위 경영진 층에서 여성이 많아짐을 수용하는 기업들은 매출과 순익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성 리더를 기용하지 않는 기업들은 경쟁적 우위를 상실해 가고 있다.

이는 남녀평등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업무적 성과와 관련된 문제다. 회사 경영진은 오늘과 같은 기업 경영 환경하에서 좋은 실적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집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은 유연함, 감성, 창의적 아이디어, 직관 등과 같은 여성적 가치를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하고 있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위치에 창의적이고 유능한 여성을 진출시키는 것은 기업의 성공을 담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Robin Cohen & Linda Kornfeld 기자. 번역=홍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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