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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동산발 세계경제 위기오나

중앙일보

입력

미국 부동산발 세계 경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닷컴버블' 붕괴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를 틈타 급등했던 주택값이 꺾이면서 미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경기 침체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줄면,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급격히 둔화될 위험이 지난 2001년 '9 11 테러' 이후 가장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세계 경제의 성장축인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3.4%에서 내년에 장기 평균 추세 성장률인 3%에도 못 미치는 2.9%로 하락할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IMF가 최근 몇 년 동안 이처럼 급격한 성장둔화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MF는 세계 경제의 성장둔화 요인으로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더불어 미국의 주택경기를 지목했다.

특히 미국의 주택시장을 세계 경제 위기의 발원지로 꼽았다. 로드리고 라토 IMF 총재는 "미국의 주택시장 둔화가 예상보다 심화되고 있어 걱정"이라며 "이는 세계경제 성장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토 총재는 미 경제의 급작스런 침체와 인플레이션을 세계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세계적 투자은행 HSBC는 더 부정적이다. HSBC는 당초 2.6%로 예상했던 내년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1.9%로 낮췄다. 주택경기 침체로 가계의 재무상태가 악화돼 소비가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HSBC의 이코노미스트, 스테판 킹과 랜 모리스는 "기업의 실적은 좋은데 가계가 이렇게 타격을 입은 적이 없었다"며 "미국은 꽤 오랫동안 성장 둔화를 겪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지난 미 경기침체 때에는 대규모 감세와 초 저금리 정책으로 경기를 끌어 올릴 수 있었으나 지금은 사상 최고로 불어난 재정적자로 인해 그런 행운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 재정적자 누적액은 이미 GDP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3년 안에 6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도 "2000년 초반 기술주가 폭락한 이후 미 경제가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집값이 올랐기 때문이었으나 집값이 하락하면 미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학자들도 잇달아 비판적인 시각을 쏟아내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주택시장은 지난 40 ̄50년 만에 가장 큰 불황이며, 그 자체로도 미국의 경기침체를 초래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지난 2001년 닷컴 붕괴때 보다 훨씬 거칠고 깊고, 긴 리세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소비로 지탱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며 "주택경기 냉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 미국은 경기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지표도 경제에 암운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는 7월 들어 전달보다 4.3%,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6% 줄었다. 기존주택 판매는 2년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망도 어둡다. 전미부동산중개사협회(NAR)는 올해 주택 가격이 13년 만에 처음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애널리스트 4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25명)는 "내년에 주택가격이 보합 혹은 추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경기의 침체는 '소비감소-기업투자 및 고용감소-성장둔화'의 악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다만, 주택 경기의 둔화가 미국 경제의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긍정적 시각이 없지는 않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내 최고의 경제 예측가로 선정한 손성원 로스앤젤레스 한미은행장은 "미국 경제가 주택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결국 경기 침체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FRB가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릴 것이며 유가도 배럴당 60달러 수준까지는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미국경기가 침체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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