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강 장수의 샘|「수명카드」낭비하고도 오래 살기를 바라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우리는 올바른 섭생법을 알지 못해 타고난 수명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 건강·장수를 위한 질병의 예방치료, 영양, 운동, 노화의 기전 등에 대해 시리즈로 엮어 본다. <편집자주>
20, 30대의 용솟음치는 활력과 건강을 잃지 않고 오래도록「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인류가 고대부터 품어온 영생·회춘에 대한 끈질긴 욕망은 흥미롭게도 인간의 탐구욕망에 큰 활력소로 작용해 왔다.
불로초를 찾으러 사람을 보냈다는 중국 진시황에 얽힌 전설은 영생불멸을 바라는 동양인들의 염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얘기지만, 서양에서는 지금부터 약5천년 전 메소포타미아 남부를 다스렸던 위대한 전사 길가메시왕이「신비의 향초」를 구하고자 긴 방랑의 여행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바다 밑바닥 속에 자라고 있는 장미처럼 생긴 향초의 냄새를 맡기만 하면 청년의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을 산신령에게서 듣는다. 길가메시왕은 천신만고 끝에 이 향초를 손에 쥐게 되지만 막 냄새를 맡으려 할 때 악마(뱀)에 빼앗기고 만다는 것이다.
향초 이외에도 플로리다반도의「젊음의 샘」, 중동사막 오아시스의「생명의 샘」등이 모두 영생과 회춘을 주는 마법의 약이라고 전설적으로 알려져 이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일 줄 몰랐다.
그렇지만 마법의 약은 끝내 사람들의 손아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영생에의 꿈은 번번히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이제 우주여행이 눈앞에 다가왔고 성전환수술도 가능한 등 옛 사람들이 전혀 생각지 못 했던 별의별 일들이 벌어지는 첨단과학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영원한 삶까지는 모르더라도 최소한 노화의 속도를 늦춰 젊게 오래 사는 장수 비결은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노화의 비밀(메커니즘)을 캐려는 연구가 미국·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날로 활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수명을 늘리는데 보탬이 될 여러 가지 약물, 이를테면 흉선호르몬 같은 것들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흉선은 50대에 이르면 그 크기가 젊었을 때 최대크기의 6분의l 이하(15%)로 줄고 이 과정에서 T세포들도 늙어 면역기능을 크게 약화시킨다. 흉선 호르몬은 노화과정에서 큰 변화를 보이는 흉선에 호르몬을 공급, 노화를 억눌러 보자는 데서 착상한 것.
숱한 노력에도 불구, 노화의 비밀은 여전히 우리가 가장 이해하지 못하고있는 생물현상 중 하나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나온 노화 설이 도합 2백여 가지에 달한다는 사실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노화의 기전이 매우 복잡·다양하고 이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통합이론이 탄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실 노화를 막고 건강·장수를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획기적인 비법 같은 것도 있을 턱이 없다.
노화를 본격 연구하는 몇몇 의학자중 하나인 전남대의대 생화학교실 안봉환 교수는『절식 또는 소식정도가 장수의 한 방편으로 명확히 밝혀졌을 정도』라고 말한다.
영양불균형을 이루지 않도록 고루 섭취하되 적게 섭취하는 것이 수명을 연장하는 것으로 각종실험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더라도 역학조사와 노화과정에 대한 연구로 미뤄「건강생활의 요체」를 파악할 수 있다.
건강·장수를 가능케 해 주는「샘물」은 깊은 산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콸콸 솟고있는 것이다. 다만 무슨 건강식품이나 강장·정력제 따위로는 당장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장수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 과잉·과대선전을 일삼고 있는 건강식품이나 정력에 좋다는 먹을거리를 찾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비뚤어진 건강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동남아 뱀 가게의 주요고객이 우리 나라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나 한때 정력에 좋다는 굼벵이를 삽시간에 쓸어 갔다든 가 하는 사례들은「반짝 건강」을 쫓는 그릇된 세태의 한 단면이다.
규칙적이고 절제 있는 생활습관과 운동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나친 흡연과 과음 등 나쁜 습관에 푹 젖어든 상태에서 어떤 건강식품만 먹으면 당장 무슨 큰 효험을 볼 듯 과신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장수학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수명카드」를 평펑 낭비해서는 결코 최대수명(천수)을 누릴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최대수명은 얼마일까.
파키스탄 히말라야산맥의 훈자강 지역이나 남미에콰도르의 빌카밤바계곡 등에서 1백50세 이상 살았다는 얘기도 종종 나오고 있다. 또 어떤 학자들은 성장에 필요한 기간(25년)외 5∼6배인1백25∼1백50세를 최대 수명으로 본다.
그러나 이 같은 장수나이는 부풀린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각종 조사에서 밝혀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 대부분의 장수전문가들은 최대수명을 1백15∼1백20세로 믿고있다.
이런데도 우리가 천수를 못 누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으로 일본 학예대 야마노(산야삼사) 교수의 이론이 참고가 된다.
1백20세의 천수카드를 받았는데도 인간이 지나친 음주·흡연으로 10년 감수하는 것을 비롯, ▲각종 스트레스로 10년, ▲운동부족으로 10년, ▲어머니 뱃속에서 또는 그후의 영양부족과 불균형으로 15년씩 목숨을 스스로 줄이는 식으로 환경과 생활습관 때문에 상당한 수명이 단축된다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닳고 찌그러져 마침내 자동차가 폐차되는 것처럼 사람도 죽는다는 노화설인 소모설-이는 결국「건강장수의 샘」은 자신의 가꾸는 노력임을 말해주고 있다.

<생활과학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