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성형, 이젠 '고백'이 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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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성형사실을 밝히는 연예인들의 '용기있는 고백'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쿠키뉴스가 14일 보도했다. '당당한 고백 눈길'과 '성형수술 조장'이라는 네티즌들의 설전도 함께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예뉴스의 단골로 등장했던 탤런트 양미라는 확연히 달라진 얼굴 때문에 휴식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양미라는 올 초 태국 해변에서 섹시 이미지를 강조한 모바일 화보를 찍었다. 이 사진은 인터넷에 급속도로 유포됐고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얼굴에 네티즌은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며 성형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성형수술을 받은 건 이미 얼굴에 '써있었다'.

소속사측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통해 "수술 사실을 숨길 이유가 없다"면서 "양미라는 연기를 평생 직업으로 삼고 싶어하지만, 코믹한 이미지가 너무 강해 한정된 역할만 해야 했다. 좀 더 여성스럽고 섹시한 느낌을 살려 폭넓은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 코 수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고백 뒤 양미라는 연일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양미라측은 "최근 각종 드라마와 화보 제의가 밀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30일 KBS 2TV 드라마시티 '내가 만난 108명의 남자'로 1년만에 안방에 복귀한다는 사실도 크게 보도됐다.

가수 겸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전혜빈도 6월 2006 국제보석시계전시회 주얼리 패션쇼 축하 무대에 섰다가 성형 의혹을 받았다. 논란이 일자 소속사측은 "2월 무술연습 중 다친 얼굴을 치료하기 위해 성형외과 치료를 받다 코 성형수술까지 받게 됐다"며 "코 수술과 함께 약간 튀어나온 앞니를 바로잡는 치열교정도 했다"고 밝혔다.

전혜빈은 10일 KBS 2TV '해피선데이-여걸식스' 코너의 새 멤버로 합류하면서 "'여걸식스'에 나오기 위해선 안티팬이 많아야 하고, 모든 진실이 파헤쳐질 각오를 해야 하고, 기본적으로 성형을 하고 와야 한다고 들었다"면서 "모든 조건을 갖췄다"며 성형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 발언 역시 각종 포털사이트 뉴스 게시판을 도배했다.

연예인 성형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자신감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 "시청자에 대한 일종의 서비스"라며 옹호하는 의견과 "개성이 사라지고 인공미만 남았다" "일반인 성형수술을 조장한다"는 반대 의견이 맞서 왔다.

성형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탓에 성형수술 사실을 밝히는 일도 드물었다. 2001년 영화배우 김남주는 눈과 코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밝혀 큰 화제가 됐다. 성형 논란에 선 연예인은 대부분 "성형수술이 아니라 치아교정만 했다"거나 "살을 빼서 예뻐졌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기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성형 사실을 밝히는 게 '용기있는 고백'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연예인이 성형수술 사실을 밝히면 어김없이 각종 포털사이트 주요 기사가 된다. 예외없이 '당당한 성형 고백' '솔직 고백 눈길' 등의 제목이 달린다. '솔직한 성형 고백에 네티즌 응원 쏟아져' '당당한 모습 보기좋다는 반응' 같은 제목이 붙은 기사도 자주 눈에 띈다.

이는 인터넷 연예뉴스의 팽창에 따라 시시각각 쏟아지는 '연예뉴스 전쟁'과도 관련이 있다. 신문이나 방송과는 달리 분량의 제한이 없는 인터넷 세상에선 연예인의 작은 행동도 바로 기사화된다. 특히 연예인 성형수술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소재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최근에는 성형수술 논란을 타고 '뜨는' 스타도 있다. 7월 싱글 앨범을 발표한 가수 이지혜가 대표적이다. 이지혜는 활동을 재개하면서 격렬한 춤동작 때문에 "가슴을 성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이지혜는 결백하다며 몸소 비키니를 입고 나와 '시연회'를 펼치며 성형수술 의혹을 부인했다. 이는 큰 화제를 모았고 이지혜는 솔로 1집 실패 때와 대조적으로 각종 음악 순위 10위 안에 들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연예인 성형 고백이 유행처럼 번지고 이에 대한 언론 보도도 긍정적이지만, 네티즌들은 막상 그렇게만 보지는 않는 듯하다. 양미라 성형 관련 기사 댓글에는 "솔직 당당하게 고백했다기보다 얼굴이 너무 달라져 밝히지 않을 수 없었던 것 뿐"이라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또 "예전 양미라는 무척 매력적이었는데, 특유의 개성이 사라지고 다른 연예인과 비슷해져 아쉽다" "연기하고 싶어 수술을 했다니… 수술 안하면 평생 연기를 못하는 건가" "진정한 연기자가 되고 싶다더니 성형 기사로만 도배되는 상황은 뭘까" 같은 내용도 많았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6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 "'성형 1번지' 서울 강남지역 성형외과 400여곳 중 150여곳은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증이 없는 의사가 개업한 곳"이라면서 "비전문의 성형외과 개원이 늘면서 성형 부작용에 따른 의료분쟁도 빈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2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B성형외과에서 턱뼈 성형수술을 받던 이모(24)씨가 수술 중 기도 질식으로 3일만에 숨지고, 같은 동 B성형외과에서 지난해 5월 지방흡입수술을 받은 김모(32.여)씨도 전신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3일만에 사망하는 등 성형 부작용이나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안티 성형' 커뮤니티엔 13일 현재 성형 피해 사례 관련글 2400여건, 피해 분쟁 관련글 1200여건이 올라 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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