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장내 도박중독치료센터 '눈가리고 아웅'

중앙일보

입력

도박중독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치료센터가 도박장 내에 설치되어 있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헤럴드 생생뉴스가 보도했다.

헤럴드 생생뉴스에 따르면 행성 게임이나 경마 등 도박에 빠진 중독자는 어림잡아 120만명. 하지만 강씨처럼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재활.치료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데다 그나마 운영 중인 치료기관도 도박장 내에 설치되어 있어 면피용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도박치료기관인 '유캔센터'는 과천 경마장 옆과 용산, 분당 등 모두 3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과천 경마장 근처에 있는 유캔센터는 평일은 운영하지 않고 경주가 있는 부말에만 문을 열고있다. 평일에도 운영하는 용산과 분당 치료센터도 한국마사회의 장외마권 발매처인 한국마사회 프라자(KRA PLAZA)와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다. 용산 유캔센터는 건물 6층에 자리잡고 있는데 아래 층에서는 마권을 팔고 경마 예상지가 판매되고 있다.

경마에 빠진 중독자들을 다시 경마장 인근으로 불러들여 도박을 하라고 유혹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씨는 "치료센터를 도박장 안에 설치해 놓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가 있느냐"고 흥분했다.

유켄센터의 한 관계자도 "어렵게 치료센터에 상담하러 왔다가 다시 도박장으로 향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솔직히 치료기관은 도박장과 상관없는 독립적인 공간에서 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도박규제네트워크 이진오 집행위원장은 "도박은 뇌에 문제가 생겨 충동을 조절하기 힘든 '질병'으로, 일단 도박을 멀리 하는 게 상책"이라면서 "도박으로 돈을 왕창 잃고 후회하는 마음에서 즉흥적으로 치료센터를 찾아간다면 어떻게 치료 성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강원랜드가 정선에 설치한 한국도박중독예장치유센터의 상담 건수는 2001년 106건에서 2002년 362건, 2003년 423건, 2004년 1600건, 2005년 2980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카지노에서 돈을 잃고 찾아온 중독자들로 치료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도박을 치료해 준다고 하면서 다시 정선으로 중독자를 불러 들인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자 강원랜드는 지난 6월에야 상담소를 역삼동으로 확대 이전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공인된 도박장을 운영하는 한국마사회나 강원랜드 등에 국가가 도박치료의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관들이 운영하는 치료센터는 한계가 있고, 병원에서 치료받기는 부담이 너무 큰 만큼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진오 집행위원장은 "도박치료센터의 재정이 업주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상담원도 1년 비정규직 등으로 인원 채우기에 급급하고, 도박중독을 유발하는 과도한 윤영 규정 등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유캔센터 정준용 소장도 "외국은 100명 중 3명이 도박중독자라면 나머지 97명의 예방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지금이야말로 정부 차원의 도박중독 치료는 물론 적극적인 예방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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