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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평 당첨 '전업주부' 세금 80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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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6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조모(여.43)씨는 "내 통장으로 판교 중대형에 당첨되면 자금출처를 입증해야 하느냐"는 질의를 최근 국세청에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분양금을 마련한 흔적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조씨는 "생활비로 쓰고 남은 돈을 남편 월급과 함께 모았는데 어떻게 입증하느냐"며 의아해 했다.

판교 중대형 아파트에 부인 통장으로 당첨됐을 경우 증여세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이는 전업주부든, 소득이 있는 주부든 마찬가지다. 소명자료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 분양금을 남편 등이 대신 냈다고 간주돼 꼼짝없이 거액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정부가 최근 판교 당첨자의 자금출처 조사를 강화키로 하면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10일 대한주택공사에 따르면 하루에 걸려 오는 판교 관련 문의전화 4500여 건 중 증여세 질문이 30~40%나 된다고 한다. 주공 최경숙 계장은 "전업주부가 판교에 당첨됐을 때 증여세가 나오느냐는 질문이 많다"며 "통장이 부인 명의로 돼 있거나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남편과 부인이 모두 청약하는 가정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등 부동산 포털사이트의 상담코너에도 증여세 관련 질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 43평형 증여세 8000만원이나=세무사들에 따르면 분양가(채권손실액 포함) 7억9436만원짜리 판교 43평형 아파트의 과세표준은 배우자 공제 3억원을 제외한 4억9436만원이다. 이 돈의 출처를 밝히지 못하면 1억원까지는 세율이 10%, 1억원 초과~5억원은 20%가 부과되며 3개월 이내 자진신고 납부 시 10%를 공제받아 모두 7998만4800원이 증여세로 부과된다. 만약 취득.등록세까지 남편 돈으로 부담한다면 증여세는 늘어나게 마련이다.

미성년자나 소득 없는 부모가 당첨됐을 경우는 세금이 더 많다. 부부간 증여는 3억원까지 공제받지만 부모 등 성년은 공제액이 10년간 3000만원, 미성년자는 1500만원밖에 안 돼 과표가 커지기 때문이다. 판교는 계약 뒤 10년 동안 전매가 금지돼 공동명의에 의한 절세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 소명할 자료 챙겨 둬야=이 때문에 세무사들은 자금출처 조사에 대비한 소명자료를 철저히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김종필 세무사는 "현재 벌이가 없는 부인의 경우 본인 명의의 통장이 있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며 "이 경우 남편의 차명 계좌로 간주하기 때문에 과거 소득이 있었다는 증빙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현재 소득이 있는 부인도 분양금을 마련한 '돈의 흐름'을 입증해야 한다. 박정현 세무사는 "급여소득자인 부인이 현금을 모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으면 증여로 간주되기 때문에 분양금을 마련할 능력이 있다는 자료를 준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부인 명의로 담보대출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분양가 8억원짜리를 부인 소유의 현금 1억원, 담보대출 2억원, 남편이 5억원을 부담했다면 5억원 중 배우자 공제 3억원을 뺀 2억원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담보대출의 경우 이자 부담이 있고, 대출 물건을 팔았을 경우 양도세도 고려해야 하므로 유리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 친척 등에게 돈을 빌렸을 때는 은행 계좌를 통해 정기적으로 이자가 지급돼야 증여로 간주되지 않는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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