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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요즘 승용차 부릉 부릉 부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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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한국 운전자들은 유난히 조용한 승용차를 좋아한다. 외부의 잡소음뿐 아니라 엔진음까지 철저히 차단된 차를 좋은 차로 여긴다. 그만큼 소음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 자동차 소비자들도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를 개발할 때 '소음 퇴치' 전쟁을 치른다. 소음을 잡아 내기 위해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NVH(Noise Vibration Harshness)연구소'를 별도로 운영한다. 렉서스.혼다는 정숙성을 강조하고 BMW.아우디.인피니티.포르셰는 듣기 좋은 엔진음을 내도록 연구한다. 벤츠는 정숙성도 추구하지만 엔진음도 가급적 살린다.

최근에는 자동차를 조립할 때 접합기술(실링)을 높여 소음을 줄이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음을 상쇄하는 주파수를 발생시켜 소음을 줄이는 기술까지 나왔다. 자동차 평론가인 황순하씨는 "독일차는 듣기 좋은 엔진음을 어느 정도 살려 두고 일본차는 모든 소음을 차단하는 데 치중한다"며 "국산차는 일본차와 비슷한 소음 방지대책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올 6월 출시된 혼다의 프리미엄 세단 레전드는 독특한 소음 방지 기술을 선보였다. 시끄러운 헬기나 잠수함에서 쓰는 소음 제거(ANC.Active Noise Cancellation)시스템을 적용했다. 차체에 부착된 초소형 마이크로 각종 소음과 반대되는 주파수 대역의 파장을 발생시켜 소음을 상쇄한다. 소음을 골라 퇴치하는 셈이다.

조용한 차로 유명한 렉서스는 소음을 잡아 내는 특수한 흡음재(吸音材)를 많이 쓴다. 바퀴와 도로의 마찰 소음을 줄이기 위해 차체 하부의 두 겹 강판 사이에 특수 물질을 삽입했다. 또 이중 접합한 창문 유리 가운데 어코스틱 필름을 붙여 고속 주행할 때 유리창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를 차단한다. 소형차인 IS의 경우 운전석 위에 달린 햇빛 가리개에도 흡음재를 넣었다. 도요타코리아 시바타 아쓰시 마케팅 이사는 "지금보다 더 정숙한 차를 만들 수 있지만 소비자들이 그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해 흠음재의 경량화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벤츠의 연구센터에서 S클래스의 외부 소음을 줄이기 위한 공기역학 실험.

벤츠는 근본적으로 소음이 없는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차체를 공기 역학에 맞춰 설계한다. 공기와의 마찰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트렁크에 작은 스포일러를 달아 고속으로 달릴 때 뒷면에 생기는 난기류를 줄인다. 또 바닥에는 소음을 흡수하는 특수 플라스틱 패널을 붙였다. 이 회사 김한준 차장은 "벤츠는 정교한 조립기술로 소음을 차단하는 데 치중해 무게감이 있는 차문을 닫으면 외부와 차단되는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1991년 쏘나타를 내놓으면서 미쓰비시의 엔진소음 방지 기술인 '사일런트 샤프트'를 도입했고 이후 꾸준히 소음 방지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이 회사가 만든 차량은 최근 세계 수준의 실내 정숙성을 유지한다는 평을 듣는다. 이기훈 과장은 "도요타의 소음 방지 기술을 벤치마킹해 2002년 나온 아반떼XD부터는 도요타 차량 수준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푸조의 디젤차인 607 2.7 HDi는 차량이 낡아져 발생하는 엔진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소음방지 컴퓨터칩(ECU)을 달았다. 차가 오래돼 엔진 소음이 커지는 현상을 센서가 감지해 연료 분사량과 점화 시기를 조절한다. 크라이슬러의 지프 커맨더는 바닥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고장력 강판 두 장 사이에 흡음재를 넣은 콰이어트 스틸(Quiet Steel)을 사용했다. BMW는 사자울음 소리와 비슷한 엔진음은 그대로 살리고 외부 소음은 철저히 차단한다는 게 소음 방지의 기본 철학이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엔진의 압축비를 낮춰 소음을 줄였다. 재규어의 2.7 Td V6 디젤 엔진의 압축비(17.3 대 1)는 기존 엔진의 압축비(20 대 1 이상)보다 낮게 설계했다. 피스톤이 상하로 움직이는 행정의 길이를 짧게 해 소음을 줄였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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