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자동차를 조립할 때 접합기술(실링)을 높여 소음을 줄이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음을 상쇄하는 주파수를 발생시켜 소음을 줄이는 기술까지 나왔다. 자동차 평론가인 황순하씨는 "독일차는 듣기 좋은 엔진음을 어느 정도 살려 두고 일본차는 모든 소음을 차단하는 데 치중한다"며 "국산차는 일본차와 비슷한 소음 방지대책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올 6월 출시된 혼다의 프리미엄 세단 레전드는 독특한 소음 방지 기술을 선보였다. 시끄러운 헬기나 잠수함에서 쓰는 소음 제거(ANC.Active Noise Cancellation)시스템을 적용했다. 차체에 부착된 초소형 마이크로 각종 소음과 반대되는 주파수 대역의 파장을 발생시켜 소음을 상쇄한다. 소음을 골라 퇴치하는 셈이다.
조용한 차로 유명한 렉서스는 소음을 잡아 내는 특수한 흡음재(吸音材)를 많이 쓴다. 바퀴와 도로의 마찰 소음을 줄이기 위해 차체 하부의 두 겹 강판 사이에 특수 물질을 삽입했다. 또 이중 접합한 창문 유리 가운데 어코스틱 필름을 붙여 고속 주행할 때 유리창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를 차단한다. 소형차인 IS의 경우 운전석 위에 달린 햇빛 가리개에도 흡음재를 넣었다. 도요타코리아 시바타 아쓰시 마케팅 이사는 "지금보다 더 정숙한 차를 만들 수 있지만 소비자들이 그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해 흠음재의 경량화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벤츠의 연구센터에서 S클래스의 외부 소음을 줄이기 위한 공기역학 실험.
현대차는 1991년 쏘나타를 내놓으면서 미쓰비시의 엔진소음 방지 기술인 '사일런트 샤프트'를 도입했고 이후 꾸준히 소음 방지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이 회사가 만든 차량은 최근 세계 수준의 실내 정숙성을 유지한다는 평을 듣는다. 이기훈 과장은 "도요타의 소음 방지 기술을 벤치마킹해 2002년 나온 아반떼XD부터는 도요타 차량 수준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푸조의 디젤차인 607 2.7 HDi는 차량이 낡아져 발생하는 엔진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소음방지 컴퓨터칩(ECU)을 달았다. 차가 오래돼 엔진 소음이 커지는 현상을 센서가 감지해 연료 분사량과 점화 시기를 조절한다. 크라이슬러의 지프 커맨더는 바닥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고장력 강판 두 장 사이에 흡음재를 넣은 콰이어트 스틸(Quiet Steel)을 사용했다. BMW는 사자울음 소리와 비슷한 엔진음은 그대로 살리고 외부 소음은 철저히 차단한다는 게 소음 방지의 기본 철학이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엔진의 압축비를 낮춰 소음을 줄였다. 재규어의 2.7 Td V6 디젤 엔진의 압축비(17.3 대 1)는 기존 엔진의 압축비(20 대 1 이상)보다 낮게 설계했다. 피스톤이 상하로 움직이는 행정의 길이를 짧게 해 소음을 줄였다.
김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