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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희칼럼] 겨드랑이의 은밀한 유혹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동물들은 상대방 몸에서 발산되는 성적 분비물의 냄새를 직접 맡거나 혹은 한껏 충혈된 음부를 보지 않으면 성적으로 흥분하지 않는데 어째서 인간은 옷을 입은 채 걸어가는 여인의 풍만한 히프나 소매 없는 블라우스 사이로 힐끔 보이는 겨드랑이 털만 보고도 페니스가 불끈 솟아오르는가?

그것은 지능 발달에 의한 상상력의 차이 때문이다. 인간의 그런 상상력을 노리고, 서양의 춘화도에는 거의 예외 없이 겨드랑이 털이 그려져 있다. 또한 모딜리아니가 '나부(裸婦)'란 제목의 유화에 애써 겨드랑이 털을 세밀하게 그려 넣은 이유도 그것이 가진 은밀하고 정욕적인 면모를 그리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의학적 입장에서 보면 겨드랑이 털은 그 자체가 별로 섹스와 관련된 의미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에서 음부의 털을 연상하고, 거기서 다시 외음과 질구로 이어지는 연상작용은 누구나 가능한 상상이다. 한때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았다는, 섹스를 할 때 발하는 여인의 흥분한 신음 소리 녹음 테이프도 아마 인간의 그런 연상력이 없었더라면 아무런 소용 가치가 없는 쓰레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데 겨드랑이 털이 갖는 유인력은 비단 시각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섹스의 입문서라고 평가되는 카마수트라를 보면 겨드랑이에서 나는 암내가 무엇보다 강력한 성적 최음제라고 강조한 대목이 나온다. 여러 인종들의 생활 문화를 조사한 인류학적 연구에서도 성적 도발성을 가진 체취를 선호해 연인들이 서로 옷을 바꿔 입는 부족이 다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겨드랑이 냄새를 이용한 성적 도발이 실생활에 적용된 사례 가운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기에 참고 자료로 소개한다. 오스트리아인들은 농촌 지역 남녀가 어울려서 추는 댄스 파티에서 손수건을 겨드랑이에 끼고 춤을 추는 관습이 있다. 춤을 추다가 퀴퀴한 겨드랑이 냄새가 한껏 밴 손수건으로 파트너의 땀을 닦아 주면 그 파트너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동물의 페로몬과 비슷한 작용 때문이지도 모른다.

진화 과정에서 이미 퇴행했다고 믿어지는 것이 인간의 페로몬이지만 그래도 본능적으로 남녀는 냄새를 통한 상호 교류를 도모한다는 것이 요즘 성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런 점에서 활동적인 성 생활을 하는 사람은 절대로 겨드랑이 털을 깎아서는 안 된다는 'Joy of sex'의 저자, 앨릭스 콘포트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작가는 그의 저서에서 여성이 극치에 도달하여 몸을 비틀기 시작할 무렵 그녀 얼굴을 끌어당겨 겨드랑이 냄새를 맡게 하면 오르가슴이 촉진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들이 간과하는 애무 방법 가운데 잊어서는 안 될 키 포인트는 다름 아닌 겨드랑이 부분에 대한 애무라는 학자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 부위는 상지로 가는 큰 혈관과 신경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적 위험에 대비하도록 경보장치가 설치돼 있는데, 그것이 민감한 감각기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남자의 입김만 닿아도 그 자극을 받은 여성은 민감한 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전에 일리노이대학 젤리 위킨스 박사는 여성의 신체 중 매혹되는 부분에 따라 남성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적이 있었다. 여성의 큰 가슴을 좋아하는 남성은 '플레이보이 잡지를 좋아하고 애연가이며 스포츠맨이고, 많은 여성과 데이트하는 정렬적인 부류'다. 반대로 작은 가슴을 좋아하는 남성은 '술을 마시지 않고, 신앙심이 깊으며 무슨 일에나 심취하는 경향을 가진 온순한 그룹'으로 나뉜다. 그 밖에도 엉덩이를 좋아하는 남성, 다리를 좋아하는 남성, 전체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남성 등은 모두 각각 다른 기질의 타입이라는 분류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겨드랑이를 좋아하는 타입은 '순수하고 예술적이며 여성 숭배자'라고 해설했던 것을 기억한다.

곽대희피부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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