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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민동필 교수 "대형 가속기 갖춘 과학도시 건설이 은하포럼의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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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울대 물리학부 민동필(59.사진) 교수. 이름도 생소한 '은하도시'를 만들기 위한 포럼을 왜 창립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민 교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 박인석 교수, 서울대 생명과학부 노정혜 교수 등 과학과 예술.철학.경영학계 등 100여 명의 걸출한 학자들과 함께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은하도시 포럼'을 9일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창립하기로 했다.

은하도시 포럼이 꿈꾸는 도시는 양성자를 가속하는 거대한 가속기가 설치되고, 그 주변에 관련 연구기관과 예술단체들이 자리를 잡는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서로 창의적인 사고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란다. 은하도시는 큰 꿈을 키워보자는 뜻에서 붙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상품 생산 위주의 기술 개발에 치중한 나머지 기초과학 토양이 부족합니다. 이제 국립 기초과학연구소가 세워져야 할 때이며, 그 핵심이 되는 것이 대형 가속기 설치입니다."

민 교수는 대형 가속기가 기초과학 수준을 끌어올리고, 국내 과학의 토양을 비옥하게 할 것으로 확신했다. 포럼을 통해 은하도시를 어떻게 건설하고, 가속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등을 연구하고, 여론을 환기해 나간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은하도시 건설은 수조 원이 투입돼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정부의 도움 없이는 그저 꿈일 뿐이다. 그는 "포럼에서 나온 의견을 국가 정책 입안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55(일본)대 0(한국)이라는 수치도 내밀었다. 기초 연구용 가속기가 일본에는 그렇게 많은데 우리나라는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다.

가속기를 건설하자는 제안은 핵물리학자들만 혜택을 보려는 것이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질문을 그에게 했다.

민 교수는 "가속기의 5% 정도만 핵물리학자들이 사용하고, 나머지는 생물학.재료공학 등 다른 과학 분야에서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우려는 오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연 과학 박사 학위자들이 많이 배출됐지만 갈 곳이 없어 시간 강사 자리를 전전하고 있는 사람이 허다하다"며 "그런 사람들이 일을 하며 한국 과학을 발전시킬 곳으로 은하도시의 건설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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