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다진 고르바초프/소 대통령제 채택 정치적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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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초대 대통령 취임 확실시/이변 없는한 인민대회도 통과/개혁정책 추진 발판 마련
소련사상 최초로 강력한 권한의 대통령제 도입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헌법 개정안이 27일 최고회의를 통과한 것은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으로선 또 한번의 정치적 승리라 할수 있다.
이 개정안은 앞으로 최종 단계인 인민대회를 통과할 것이 거의 확실하며,이변이 없는한 고르바초프가 대통령직에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고르바초프의 대통령 취임은 앞으로 그가 자신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정책을 보다 과감하고 확실히 추진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정치적 발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고르바초프는 현재도 소련의 명실상부한 최고권력자다. 그가 차지하고 있는 최고회의 의장은 소련의 국가원수 자리이며 막강한 공산당 서기장과 군 최고사령관인 국방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고르바초프가 가지고 있는 자리중에서 가장 강력한 자리는 역시 공산당 서기장직이다. 최고회의 의장은 국가원수로 대외적으로 소련을 대표하지만 내부적으론 최고회의ㆍ인민대회의 의사를 진행할 뿐이며 행정상 직접적인 권력은 없다. 국방위원장직도 전시등 유사시에 대비한 편제상 직책이다.
그런데 공산당 서기장직 또한 당의 최고권력기구인 중앙위 정치국을 리드해가는 자리일 뿐이다. 원칙적으로 정치국은 합의체로 그 장이 없다. 따라서 정치국은 서기장 개인의 마음대로 좌지우지할수 없다.
더구나 이달초 열렸던 당중앙위 총회에서 소련 공산당이 헌법상 「지도적 역할」을 포기하고 다당제를 수용하겠다고 표방하고 나섰기 때문에 공산당 서기장은 상대적으로 더욱 약화된 권한을 가질수 밖에 없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권력기반을 「보강」할 필요가 있으며,또 그래야만 앞으로 개혁정책을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통령직 신설을 골자로 하는 헌법개정안이 최고회의를 통과한 것은 고르바초프 자신의 권력보강 작업이 순탄히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헌법개정안 중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던 대통령 직선문제에 관해서도 원안대로 직접선거를 원칙으로 하되 초대만은 임기 4년에 인민대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한다는 방식이 그대로 통과됨으로써 고르바초프의 대통령 취임이 더욱 확실해 졌다.
초대 대통령에 한해 인민대회에서 간선방식으로 선출하기로 한 표면상 이유는 소련의 15개 구성 공화국들이 그 크기에 있어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순 다수결로 결정할 경우 그 「대표성」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
그러나 실제 이유는 소련 전체를 대상으로 직접선거를 치르기에는 지금으로선 시간과 재원의 소모가 너무 과다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을 확정짓기 위한 인민대회는 3월12,13일 이틀동안 소집되기로 결정돼있는데 고르바초프는 새헌법 확정과 동시에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마치 프랑스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의 권한을 합쳐놓은 것과 같다는 평가를 듣는 새로운 「소련대통령」에 취임하게될 고르바초프가 그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력을 앞으로 어떻게 사용,개혁을 추진해 나갈지 주목된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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