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0기KT배왕위전 : 축에 얽힌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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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예선결승 하이라이트>
○ . 왕시 5단 ● . 김형우 초단

장면도(64~72)=어제 기보가 나가자 "축이 안 되는데 웬 축이냐"는 항의가 있었다. 사실은 세계 최정상의 왕시도 비슷한 착각을 한 게 아닌가 싶다. 흑▲로 젖힌 장면에서 먼저 '축 문제'부터 보자.

'참고도' 백 1로 끊으면 흑 2로 끊고 4, 6으로 회돌이한다. 백 7 이으면(흑 2 자리) 8부터 축몰이가 시작되는데 이 축은 멀리 흑■를 거쳐 흑⊙에 걸리게 된다. 프로에겐 너무 쉬운 수순이니까 앞서 언급한 '왕시의 착각'은 이 부분을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왕시는 다른 축을 생각했다는 얘기다.

중대한 의문점은 왕시 같은 고수가 어찌하여 이 코스까지 그냥 일사천리로 달려왔을까 하는 점이다. 아마도 그는 68 자리로 몰고가는 일반적인 축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는 흑이 ▲를 두기 전에 66 자리 단수를 꼭 해둬야 한다. 한데 흑이 66 자리를 선수해 두면(백돌이 A에 놓이게 되면) 우하귀를 공략하는 백70, 72의 노림수가 좀더 강력해지게 된다.

69를 당해 백이 잃어버린 실리는 실로 엄청나다. 그러나 70, 72로 인해 귀의 흑이 생사의 기로를 헤매게 되면 백은 중앙 일대에서 더욱 커다란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왕시는 이렇게 봤기에 이 코스를 의심 없이 달려왔던 것이다. 한데 김형우는 끝끝내 66의 단수를 해주지 않은 채 흑▲를 두었고 왕시는 비로소 자신의 착각을 깨닫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을 것이다.

72에서 귀의 백은 일단 사활에 걸렸다. 타개의 첫수는 어디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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